2016년 3월 2일 수요일

나의 (미완성된) 투자 방법론

오늘 회사에서 이 주제로 논의가 있어서, 생각을 정리한 바를 글로 남겨둔다.


투자 철학이라고까지 할 만큼 대단한 생각은 없고, 그만큼 깨달은 바가 있지도 않고

굳이 철학을 말하자면, 돈이 가야 할 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정도가 되겠다.
금융상품은 투자 수단 중 하나의 비히클일 뿐이다. 부동산, 사업, 자기개발, 골동품... 여러 수단이 있을텐데. 
자본을 생산요소로 사용함으로서 경제적 산출을 높이는 데 쓰이면 모두 다 투자인 것 아니겠는가.

투자에 대한 방법론 정도만 정리해본다.


1) Contrarian? 믿는 도끼는 발등을 찍는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는데 나는 이걸 조금 변형해서 사용한다.
세상은 변화하게 마련이고 막연한, 관성적인 믿음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막연히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던 성장주가 어느 순간 그 성장속도를 유지하지 못하여 믿음이 박살나고 멀티플이 무너지거나
혹은 언제나 부진할 것 같았던 절어있던 주식이 턴어라운드를 하는 순간 숏커버링이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보통 이에 해당한다.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기 전에, 관성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자들과 반대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은 상당히 확률높은 진입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행위를 분석할 때 나는,
현상을 여러 번 객관적으로 관찰하면 패턴을 찾을 수 있고,
패턴으로부터 그 액션을 결정하는 판단 근거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을 분석틀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얻어낸 결론은 아래와 같다.

이런 방식의 투자에서 중요 요소는,
1-1 price level이 우호적인가. 즉 많은 사람들이 관성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와 동치다.
1-2 momentum의 방향성이 price level과 반대인가. 즉 세상이 믿음과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는가. 
따라서 매크로건 바틈업이건 주가와 실적 움직임에 대한 factor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고 또 정보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1-3 투자자들이 이를 인지하기 시작했는지 여부. 이는 차트나 수급을 통해 확인하려고 한다. 나만 너무 일찍 인지하였다면 한참을 기다리거나 혹은 value trap에 빠져 전사.
1-4 valuation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중소형주가 아닌 이상 정보는 어느 정도 가격이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valuation은 점검해 보는 정도로만 사용.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방법론과 분석 틀이 다소 복잡해질 수 있으나 대강은 이렇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롱이든 숏이든) 스토리에 대한 관성적 믿음과
스토리에 대한 훼손 여부의 테스트라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2) Growth stock picking: 세상을 바꾸는 주식? or trend?

2-1 세상을 바꾸는 주식을 찾고 싶다.
애플, 구글, 테슬라, 스타벅스처럼 세상을 바꾸는 주식을 초기에 매입하는 것은 주식쟁이의 꿈이다. 그걸 몰라서 성장주 투자를 안하겠는가.
결국은 뜨기 이전에 찾아야 할 것 같다. 별 수 없다. 이륙하기 시작하면 valuation 부담으로 산다 하더라도 많이 담기 어렵다. 
뜨기 이전에 찾을 수 있다는건 정말 잘 알아야 하고, 생활에서 접하건 어쨌건 미리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어차피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2-2 잘 산거 너무 일찍 팔지나 말자.
GDP growth + a 의 성장을 보여주는 주식이라면 1)의 논리가 다 했더라도 너무 일찍 놓지 말자,
2-1 과 같이 잘 샀더라도 오래 끌고가지 못하면 또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도 얼마나 되겠는지.
그게 trend를 타는 positioner의 덕목이 아닐까. 단순한 event trader와 manager를 구분하는 영역일수도.
확률 높은 짤짤이만 할 것이냐, 용기있게 독하게 끝까지 단물 다 뽑아내고 나올 것이냐. 
스승님은 일단 TP에서 팔고 다시 생각한다. 다시 사더라도 일단 정리하시는 분.

이게 참 어렵다. 독하고 눈치빠르고 성실해야?
여기에서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일단은 너무 일찍 만족하고 털지 말자는 biase로 접근 + 일단 털고 다시 생각하는 기법을 둘 다 가져가기로. 확신은 결국 나의 지적 논증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만일 내부정보를 알았더라도) 한미 끝까지 먹은 독한 매니저 몇이나 있을까. 하하.


3) Macro concept trading

CFA 대신 포럼에서, (일이 바빠 불참했으나 다행히 나중에 정리된 내용을 전해들었다.)
삼성자산 민수아 매니저께서, 마켓 타이밍에 대응한다는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 환율 때문에 자동차주가 수혜를 볼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대응은 하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지지난주 나는 JPY USD KRW 그리고 EM curncy의 level을 볼 때, 한국 자동차주를 매수하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유는 macro는 우호적 변화, price level은 매우 낮은 수준, 물론 회사 펀더멘털은 별로지만, 2주짜리 트레이딩은 나올 것 같았었다. 정확히 2주짜리 양봉 찍고 하락했다.
이미 정책상 문제는 fx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fx를 직접 트레이딩하기보다는 자동차가 price level상 편했던 상황.
회사에서는 최종적으로 나의 의견이 리젝되었고,
이유는 '아마 지금 환율 때문에 자동차주가 수혜를 볼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대응은 하지 않는다.' 였다. 놀랍게도 같은 이유로.

이게 펀더멘털을 하시는 분들의 내공인건지, 혹은 biase되어 기회를 흘려보내는 건지는 모르겠다. 펀더멘털이 생각보다 부진할 수 있으니 위험한 플레이는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나는, 아마 fund size와 liquidity만 용인된다면,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아직 자신은 없다.


4) Portfolio managing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이 없다.

아직은 개별 투자 건건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중. 
과감히 position을 잡고, 과감히 엎는 것을 선호한다. conviction과 probability에 따라.

포트가 어느정도 diversified 된 이후에는 trench의 추가는 정신만 분산시키지 않나 하는 입장. 
이 문제는 아마 나중에 다시 고민할 일이 있을 것이다. 여러 asset class를 다루는 헷지펀드 레벨로 들어가면 꽤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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