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2일 화요일

트레이더의 논리/삶의 방향성을 찾아서/P.Krugman의 도쿄 강연과 김종인의 경제민주화/시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



- 거꾸로 된 논리체계: 트레이더의 논리

최근 여의도에 회자되는 리포트가 하나 있다. E증권 박모 애널리스트님.

다행히도 세미나를 청해 들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세미나 내용 자체보다도 그 분의 논리 체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돈의 흐름이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펀더멘털을 만든다는 논리를 주장하셨다. 펀더멘털리스트가 금기시하는 일견 거꾸로 된 논리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펀더멘털이 가격을 만드는거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번 원자재 랠리를 이끌어낸 것은 과연 무엇인가? 펀더멘털이 그렇게 좋아졌는가?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에 수렴할 수 있더라도, 시장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돈 흐름의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스승님은 사람에게서 온다고 하신다. 행동심리학을 살피라. 왜 돈이 움직일 것인가. 채권금리 올리니까 채권에서 돈 빠지는거다. 박 애널리스트님은 돈의 본성에서 온다고 말함. 수익률을 추구하는 돈의 특성상 단물 다 빠지면 어딘가로 옮겨가야 한다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시장의 센티먼트고 따라서 경제지표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시장이 경제지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일일히 다 챙겨봐야 쓸 데 없어. 우리는 가격을 맞추려는 사람이다. 스승님께서 4년 전부터 해 주시던 말씀인데, 이 논리의 정수를 이제서야 다른 사람을 통해 깨우쳤다. 스승님께선 꽤 빈정상하신 모양. 박 애널리스트님은 FX 트레이더 출신에 행동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하셨다. 그런 배경이 없고서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삶의 방향성을 찾아서

산업의 업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달러화 방향성 같은 매크로 가격 흐름을 잘 이해해야 한다. 금융이 만드는 가격이 단기적 업황을 결정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펀더멘털이 센티먼트를 뒷받침할 수 잇을까?

예를 들어 결국 철강 산업이 중국의 투자 경기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면 중국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 경제는 과연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위안화는 박살이 날 것인가? 소비경기전환은 가능할 것인가? 일대일로를 해서 수요가 살아날 것인가?

보험사 4년 동안, 금융시장의 센티와 자금의 흐름, 그리고 각 자산간의 연결고리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지표 보는 법도 익히고, 가격레벨 보고 전략을 구사하는 법을 배우면서 매크로 트레이딩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시황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 산업을 좀 더 알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운용사 섹터애널리스트로 전직했다. 지금 산업을 알아가고 있는데 섹터 스터디를 어느정도 하게 되면 결국에는 경제자체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 센티와 가격레벨 말고. 트레이딩 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승님은 굳이 미래를 알아야 주식으로 돈 벌수 있다는 분은 아니시다. 그보다는 사람의 기대를 맞춰라, 라고 하시는 트레이더다. 나는 아마추어니까 더 알고 싶은 것인지도.

심리로 짤짤이 하는거 이제 좀 싫다. 그보다 세상을/미래를 좀 더 깊게 알고 싶다. 일본은 왜 엔을 약세로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 위안화는 왜 절하될 수 밖에 없는지. 중국의 경착륙은 가능할지. 미국의 미래는 어떨 것인지. 무인 자동차는 언제쯤 나올 것인지. AI는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바이오 기술은 인간 수명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긴 스토리를 가지고 몇년짜리 포지션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시장 기대가 너무 나간게 보일 때 안전하게 반대포지션 잡는거 따위 말고.

휴브리스님 말씀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가격레벨 조금 변하고 그런거 말고 진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고 싶다. 남의 이야기 듣고 읽고 하는거 말고 내가 예측하는. 지난 10년 간 세상의 변화를 얼마나 describe 할 수 있을까. 10년 후의 미래를 얼마나 forecast 할 수 있을까.

빅 숏이 영화로서는 좋은 작품은 아니고 관람시에도 그냥 그랬는데, 지금 와서는 2년짜리 포지션을 네가티브 케리로 어떻게 들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보곤 한다. 나는 포지티브 캐리가 있는 주식으로도 한달짜리 포지션 가지고 가기 힘든데. 그럴 수 있을 만큼 세상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Not Locally, But Globally.



- P.Krugman의 도쿄 강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P.Krugman의 도쿄 강연 발언록을 읽는 중. 휴브리스님이 지적해 주시지 않으셨다면 그냥 넘겼을 뻔. 발언 내용은 좀 더 스터디해서 번역이라도 할 생각. 아베의 지적 수준이 놀랍다.
https://www.gc.cuny.edu/CUNY_GC/media/LISCenter/pkrugman/Meeting-minutes-Krugman.pdf

역시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해도 (expected) inflation target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 한가롭게 가계부채 따위나 우려하고 있는 한국 진보의 지적 수준은 처참하다. 크룩먼 좋아하는게 한국 진보 아니었나? 한국 진보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크룩먼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인용하고픈 어처구니없는 몇몇 기사가 있었으나 관심도 주고 싶지 않아 인용하지 않겠다.

라구람 라잔은 통화정책 이상의 근본적 처방을 요구한다. 스승님께서는 이에 동의하시는 편. project syndicatd에 올라온 칼럼 내용을 전해드렸더니 좋아하셨다. 그러나 사실 라잔도 역시 뾰족한 대안은 없다. 최근의 경제시스템이 credit-leverage cycle에 기반하고 있다면, 여력이 남은 마지막 주체인 기업이 capex 할 때까지 금리 내리던지 - 그리고 inflation cycle을 유도하던지 - 아니면 그 여력을 (정치 시스템을 통해) 재분배하던지.

김종인도 경제민주화라는 분배 체계 변화라는 구조적 개혁만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 사람도 '자신의 사명'에만 너무 사로잡힌 느낌. 왜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한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호소력 짙은 금수저 가문의 히스토리에는 좀 감동. 역시 귀족가문 출신이라 자기 긍지에 산다. 사명은 긍지에서 나온다. 경제민주화, 즉 자산 재분배 외에는 무슨 정책을 펼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할배들은 책에서 읽는 옛 이야기를 자기 삶에서 겪어냈으니 이런 이야기 전해들으면 참 재밌긴 하다.
http://news.joins.com/article/19788836

하성근 금통위원님 발언. 오히려 이 사람이 현재 한국 경제를 가장 잘 진단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 시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

시장에 대한 방법론은 다양하되, 일에 대해 지향하는 바는 비슷한 것 같다. 하루종일 보고서 읽고 책 읽고, 세상 돌아가는거 구경하고 생각 정리하고, 똑똑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포지션 잡고. 많은 트레이더들이 이런 삶을 꿈꾸는 듯 하다. 시장에 접근하는 논리는 서로 다르지만, 원하는 것은 비슷비슷.

정작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옛 사수님은 너무 힘들어 하신다. 프랍 트레이더가 되어 자신의 팀을 이끌고 있으니 이런 삶의 모습과 크게 차이가 없으리라. 본인은 리서치 할 게 너무 많아 몸이 힘들고 여러 의사결정 절차 때문에 투자가 제한된다는 점이 답답하다고. 후자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면 해결될 문제겠지만. 개인 회사가 겪는 어려움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

왜 어려울까. 역시 핵심은 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시너지를 내는 것도 어렵고. 투자를 누군가와 함께 하는건 쉽지 않은 일. 친구들과 의견을 나눌 수는 있어도 투자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그래도 세상을 어떻게 혼자 살아내겠는가. 큰 일을 어찌 혼자 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같이 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면, 
1) 집요하거나 (잡스, 버핏)
2) 허언증이거나. (손 마사요시, 정주영)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전자라면 투자자로서, 후자라면 사업가로서 함께하고 싶다. 두가지 성향을 모두 갖춘 사람도 있었고.

시장을 사랑하는 투자자라면? 아직은 서로 공부하는 입장에서 아마추어리즘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돈을 벌어내야 할 것. 집요하고 지적으로 정직하다면 성공 가능성은 조금 높을 것이다. 적당히 나이스한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는데는 기피대상. 매력적이면서도 무쓸모하기 때문.


- 어른의 놀이

나 이런 어른의 놀이 디게 좋아함. 서로 성향이 달라도 더 큰 목적을 위해 기꺼이 손을 잡는.


- 정리할 시간

이번 주 기업 탐방 일정이 많았고 따라서 매우 바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휴가 때마다 여행을 가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친구의 말에 공감. 보는 것보다 정리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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