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4일 금요일

느낌적 느낌과 Bayesian prior probability 외

3 Mar 2016. Thurs.

몇몇 주제는 나중에 좋은 글을 만들어 낼 소재가 될 것이다. 오늘의 생각을 기록해둔다.


- 플러팅

오늘 아침 아름다운 애널리스트분과 단 둘이 세미나를 할 시간이 있었다. 오늘 그 분을 처음 만났고 나는 친해지기 위해/긴장 완화/플러팅을 해 볼 욕심으로 틈틈히 장난을 걸었고 그녀는 자주 웃음을 터뜨렸다.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꼭 이런 사회적 의식이 필요한가. 아마 그녀도 속으론 이녀석 들이대느라 참 애 쓴다, 싶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와 꽤 친해졌고 다음 주에 같이 할 행사도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런 행위가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행할 생각. 하지만 나는 그녀를, 그녀는 나를 얼만큼이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후에는 또, (뭔가가 낀 날인 모양) 눈이 튀어나올만큼 엄청난 미인을 만나게 되어서, 어릴때 객기로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나올 때 명함에 아름다우시다고 어쩌고저쩌고 써서 플러팅 해 보려다가는 갑자기 너무 서글퍼져서 그만뒀다.

(장난삼아) 미녀 타령을 하지만 사실 외모가 오히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방해한다는 것을 잘 안다. 차라리 외모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얼마나 고민이 작아질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이성상에 외모의 포션은 상당히 작다. 사람이 자신의 깊음과 성찰을 내보일 수 있는 채널은 외모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어쩌면 외모 대신 자기 생각(혹은 허언증)으로 승부하는 트위터가 더 깔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 인간적이다

글에 관성적으로 '인간적이다' 라는 말을 쓰려다가 지웠다. 인간적이라는 딕션을 나는, 홉스 이전의 무질서 상태로 생각하곤 한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기에 바라는 것도 없다. 자신의 욕망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 것인지.


- 트레이더는 관심종자

휴브리스님이 개인 블로그에 트윗처럼 일상을 써 놓은걸 오늘에야 발견하고 엄청 웃었다. 이아저씨도 관심종자구나 싶어서. (좋은 뜻에서)

친구 말마따나 투자자나 트레이더 모두 관심종자의 성향이 좀 있는데, 자기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열어두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발전시키는 데서, 즉 지적 유희에서 즐거움을 찾기 때문이라는 생각. 남의 눈에 비친 자신을 의식하는건 아냐.

가끔은 짜증나지만 내가 트윗 계정을 public으로 열어두고, 일상을 편하게 공개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열어두고 지적 수준이 갖춰진 사람과 의견을 나눌 여지를 만들어두고 싶은 것.


- 아름다움의 원천은 두가지?

아름다움은 진화적 산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오 우월한 유전자, 이런 건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다른 성을 그렇게만 인식한다면 블라인드 사이드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아름다움에는 두 가지 원천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아름다움은 sexual인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beauty에는 sexual과 non sexual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까?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나는, 남성에 대한 미와 여성에 대한 미를 내가 다른 시각으로 본 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아마도 두가지 기준은 아예 다른 기준에서 작동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자연상태의 미 (황금 분할 비율이라거나) 하는 것들은 sexual과는 무관하지 않나 하는 결론에 도달. 한편 아름다움이 sexual한 욕망과 거리가 없을리도 없다.


- 중국 미디어로 돈벌기 어렵다.

'문화사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로 인해, 앞으로 중국 TV 드라마에서 불륜 장면이나 동성애, 미성년자 연애, 귀신, 무속 등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SBS뉴스

중국에서 미디어 컨텐츠 산업은 발전하기도, 한국 기업이 돈을 벌기도 어렵다는 생각. 음원쪽 불법복제판 도는거 보면 어처구니가 없음. 중국은 컨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도 없고, 컨텐츠를 키울 수 있을 만큼 문화에 자유를 부여할 생각도 없음.

CJ그룹은 한국을 멀티로 삼고 중국을 본토 삼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지만 중국에서의 미래 어닝에 대한 확률은 꽤 낮지 않을까. CJ는 흔히 아는 것처럼 문화를 잘 하는 기업이기 이전에 투자를 잘 하는 기업. TV채널이건 극장이건 영화배급이건 라이신이건, 과감한 투자를 통해 플랫폼을 독점하고 수익을 향유하는 기업. 어쩌면 삼성가의 DNA가 여기에도 흐르고 있는지도.


- 느낌적 느낌과 Bayesian prior probability

느낌적 느낌이 좋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 휴브리스님이 총애하는 아이.

느낌적 느낌은 주식쟁이의 덕목이기도 하다. 나는 찍는걸 상당히 잘 한다. 대학생 시절, 8층 바의 창가에 있던 여친을 바로 알아낸 기억도.

(전화 중)
"나 xx까지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해?"
"어 나는 지금 창 밖으로 오빠 보이는데?"
"내가 보인다고? 그럼... (이 site에서 내가 보일만한 곳을 일단 scan해 보고, 그 중 너가 가장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은) 8층 bar 창가자리인거 같은데 거기 맞지?"

잘 찍고 사람도 꽤 잘 보는 편이다. 사람을 보는 것도 같은 로직을 사용. 가끔 나는 나의 의사결정 스킴을 테스트 해본다. 어떤 로직에 따라 나는 판단을 내리고, 어디까지 컴퓨터로 프로그래밍 할 수 있고, 어떤 전략에 나의 판단전략이 깨질 수 있는지 이런걸 사고실험 하면서 어디에 결함이 있는지 점검한다.

바이어스를 가지고 들어간 다음에,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내고 내가 가진 데이터베이스와 계속 대조하면서 대상에 대해 판단한다. 스무고개 하는 사람 찾는 프로그램? 그것과 비슷. 사람 자체를 찾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 성향을 판독한다는게 목적만 다를 뿐.

베이즈는 이런 추론방식을 Bayes' theorem으로 표현하였다. '느낌적 느낌' 이라는 단어는 Bayesian prior probability 와 같은 맥락에 있지 않을까. 적절한 biase를 가지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즉 데이터베이스를 깔아두려면 많이 읽고 많이 경험해야 함. 컨텐츠가 많은 게 유리. 많은 독서와 경험이 필요한게 주식쟁이. 날카로운 머리가 더 필요한 채권쟁이와는 조금 다르다.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vs 확률적으로 말해요.

대학 시절 수학과에서 집합론을 공부에서...(나는 왜 이런 것을 하였는지)
연역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는데, 

모든 바이어스 없이, 내가 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를 총집합해서
이를 탈탈 털어서 꿰어맞추면 어쩔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프로세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내가 원하지 않는(세상의 컨센서스와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꽤 있다. 과감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나는 투자 의사결정을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한다. 나는 나의 지적 역량을 믿는다는 것은 나의 QED를 믿는다는 것이다. 투자에 컨빅션을 가진다는 것은, 컨센과는 다른 과감한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사결정을 나의 이성을 나의 치열한 논증을 믿는다는 것.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종종 도달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것도 일견 납득. 비트겐슈타인인가.

하지만 투자자라면 롱이냐 숏이냐. 어쨋든 결론을 내야 한다. 모든 근거가 100% 확실하지는 않고 근거는 꽤나 느낌적 느낌을 통한 바이어스에서 긁어온 것이 많다. 증명과정에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데 다소의 비약도 필요하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다고 의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다. 

스승님은 항상, 그래서 롱이냐 숏이냐? 마지막에 이걸 항상 물으신다. 주저리주저리해서 여튼 결론을 내야 함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쪽으로 의견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모르는건 모르는거다, 라고 하는 사람은 트레이더가 될 수 없다. 다만 지적으로 정직할 수는 있겠다.

연역이냐 베이지언이냐의 문제는 대단한건 아니다. 이미 다 나와 있는 이야기다. 나는 그것을 이렇게 내 몸에 체화시켰고 어느 때 어떤 것을 써야 할지 생각하고 스킴을 가다듬도록 노력하고 원칙을 세워 갈 뿐.


- 내가 원하는 것?

물질적인 욕심은 그리 없어서 지금 먹고 마시고 입고 읽을거리 사는데 그다지 부족하지 않음. 결혼하려면 집 한채 쯤은 있으면 좋겠지만 빚내서 살 수 있을 것 같고 딱 그 정도. 소비에 큰 욕망을 두지도 않고. 아마 아이가 없다면 앞으로도 돈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걸로. 사실 이쪽 업계에 있으면서 어느 정도 전문가가 된다면 돈이 궁하기도 어렵지 않나 싶음.

원하는게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 서비스하는 것.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리가 탐나면서도 (오늘도 농담삼아 얘기가 들어왔다. 요새 내 나이대 애널리스트 숏티지) 남을 위해 서비스하고 남을 위해 나의 호흡을 끊는다는건 꽤 하고싶지 않은 일. 내가 연구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연구하고 내가 포지션을 잡고 싶은게 있으면 내가 잡으면 될 것이다. 그런 자유가 필요함.

또한 궁극적으로 원하는게 있다면 세상과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시장에 도전하고 이기고 싶은 것?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기반과 자유를 얻는 것? 정도. 그렇다고 일찍 독립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조직에서 해 낼 수 있는 것도,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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