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일상] 대선 이후 (11.6. 2020)

대선 이후 (11.6. 2020)


1. 미국 대선은 사실 전세계 황제를 뽑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이번 선거는 희대의 빌런 트럼프의 저력과 코로나 사태로 급증한 우편투표 때문에 개표가 어지간히 진행되었어도 도대체 결과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

이런 사태가 나타날 때마다 국민 직접투표제를 하지 않는 미국의 선거제도를 비판하는 얘기가 항상 나오는데 연방제의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주장이기도 하거니와, 현 선거제도는 실제로도 각 state별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 state의 권력이 살아 있는 것이기도. 그러지 않았으면 CA와 북동부로 권력은 다 쏠렸고(경제력은 이미 그렇지만) 나머지 지역은 공동화되거나 내부식민지가 되었을 것.

또한 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미국은 이런 시스템을 고집하는지, 전산으로 국민들을 등록하고 관리하지 않는지 꼬집는 의견도 있으나 역시 미국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함. 미국이 IT 기술이 부족해서 한국, 중국처럼 등록을 못해서 안했겠는가. 시민이 국가에 우선한다고 생각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는 것. 수정헌법을 붙일지언정, 아직도 헌법에 근거하여 통치하는 나라가 미국임.


2. 여튼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를 큰 호재로 반영했다. 테크주가 큰 폭 상승했고, 상승하던 국채금리는 하향 안정화로 반전. 달러화의 약세 추세만 지속되었다. 이 움직임은 1)대선 불확실성 해소 뿐만이 아닌, 2)공화당의 상원 장악에 따른 과감한 재정정책 가능성 하락, 3)증세와 테크기업 규제 가능성 또한 하락할 것이라는 요인을 반영한 것. 

상원은 조지아 주의 결선투표 남아있으나, 공화당의 장악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50-52석). 블루웨이브 (민주당의 대통령-상원-하원 장악 시나리오) 실패로 과감한 재정정책 어려울 것. 특히 재정정책과 증세는 의회의 승인이 꼭 필요한 이슈로 건전재정을 요구하는 공화당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보니 대선보다는 상원 결과가 금융시장 스토리에는 더 중요했던 것이었다. 이는 펠로시의 패배이기도 하다.

재정부양책, 증세, 신재생, 의료보험, 테크기업 독점규제 등 대부분의 민주당의 야심찬 정책이 견제에 부딛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회는 재정에 대해서는 큰 권한. 애초에 의회라는게 왕 마음대로 세금 맘대로 걷지 말라고 생긴 것이다. 금리는 안정될 것이나 그럼에도 맞는 방향으로 미국이 간다면 점차 상승할 것이고, 달러 약세의 방향성은 맞으나 폭은 상당 부분 왔다고 생각한다.

일단 금융시장은 각자 자산별로 자신들의 행복회로를 돌리는 중이기 대문에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가면 될 듯. 불확실성은 해소되었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찰스스왑의 11Q&A를 정리해 올렸는데 역시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라 그런지 내용이 아주 훌륭하다. 현재 시장의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



3.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고, 경제에도 그게 더 나을 것으로 봤으나 바이든이 정황상 될 것으로 판단하고 확률상 높은 바이든 쪽, 특히 블루웨이브 쪽으로 포지션을 가져갔었다. 당일 오전에는 나쁘지 않았으나 오후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지며 결과는 그리 좋지는 않았다. 아직 대선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주변에서는 많았으나 어차피 시장은 블루웨이브 무산을 프라이싱하는 중이었음. 하루 지나고 위스콘신 미시건이 뒤집어지면서 대선 결과는 다시 바이든으로 옮겨갔으나 이미 시장은 다른 스토리를 반영하기 시작했기에 무의미.

패가 안좋을때가 아니라 2번째로 좋을 때 많이 잃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큰 손해가 난건 아니지만 보통 기대감만 보고 가는게 내 플레이 방식인데 이번에는 한번 결과를 까보자 크게 벌어보자는 생각에 베팅을 늘렸던 것이 좋지는 않았던 것. 스토리를 타려면 만들어가는 쪽이어야지 스토리에 매혹당하는 쪽이면 곤란하다.



4. 바이든 당선에는 WI(위스콘신) MI(미시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PA(팬실베니아)도 결국 뒤집어졌으니, 트럼프의 첫 당선때 이탈했던 Lake연안의 민주당 벨트가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 것. 이번에는 과도한 혼란과 분열에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백인 산업노동자의 지역인 해당 지역은 점차 보수쪽으로 점차 기울 가능성이 있고, 영국 보수당의 사례와 같이 보수정당이 그들을 대변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선벨트 쪽은 다른 방향성이 나타날 것. AZ(애리조나)도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꼈지만 이번 선거에서 가장 서프라이즈는 역시 GA(조지아)의 민주당 지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VA(버지니아)에 이어 GA, AZ, NC(노스캐롤라이나)까지 민주당으로 넘어간다면 동쪽 아틀랜틱 해안 지대가 대부분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이니 이제 북부/남부 구분 대신 해안/내륙, 혹은 도시/시골로 나눠야 할 듯.

남부의 심장 애틀란타가 함락당하다니 의미심장하다. 1864년에 테쿰셰 셔먼에게 함락당했으나 단 한번도 공화당을 찍어주지 않다가 1960년대 민주당의 민권법 찬성에 따른 공화당-민주당의 지역교체에 따라 레이건 이후로는 대선에서 민주당을 당선시킨 적이 없는 지역. 1992 빌 클린턴을 당선시킨 예외가 한번 있는데 클린턴은 남부 아칸소 출신.



5. 바이든의 미국은 어떨까. 경제적으로는 재정정책 기대는 꽝인거 같고, 대외적으로는 동맹국과의 협조를 통한 중국 봉쇄를 이어나갈 것. 대내적으로는 어떨까. ROCOCO님의 좋은 글이 있어 인용한다. 

"현실의 다이나믹함을 멈추고 싶다는 욕망의 자상한 미국이라는 새로운 가상이미지"



6. 트럼프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릴 모양. 경제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끌고도 재선되지 못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과의 갈등도 미국인들의 두려움과 욕망과 불만을 잘 짚어냈다고 생각. 기존 프로세스를 위반했으나 프로세스 하에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였음. 어메리칸 드림과 미국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고, 막말이기는 했으나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코로나가 없었으면 재선이 무난했을 것이다 실제로 2월까지도 그랬고. 

"그렇게 결함 많고 항상 구설수에 올랐으며 분명히 퍼스널리티에 큰 문제가 있는 지도자가... 의외로 이런 레거시를 남길 수 있다는 게 잘 믿기지 않습니다. 이건 오바마의 대칭점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습니까? (오바마는) 임기 중에는 그렇게 화려했지만 정작 떠나고 난 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죠."



7. 읽고 있는 책
-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 조지 프리드먼
바이든 시대의 미국에 대한 힌트

- 피크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브래드 글로서먼
hubris님 11월 독서모임

- 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 미국의 목가(American Pastoral), 필립 로스
- 대멸종 연대기, 피터 브래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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