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9일 일요일

[일상]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지난 주는 1주 내내 휴가였다. 9월 말까지 매일을 쉰다.

휴가 기간에 애널리스트로서의 루틴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지난 주에는 5시 기상, 10시 취침의 생활패턴을 몸에 익히는 걸로 시작.

1주일간 루틴을 돌려보니 의외로 10시에 일찍 자는것부터 다음날의 시작이 결정된다는걸 알았다.
신데렐라처럼 10시가 되면 일단 침대에 기어 들어가야 한다.
그날 다 하지 못한 것이 있더라도 미련을 남기지 말고 칼같이 잠에 들어야 한다.
그러니 애초에 그날 할 일은 부지런히 다 처리했어야 한다.

이른 아침에는 좀처럼 잠이 깨지 않는다.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일어나봐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아내와 함께 아파트 단지 산책을 하며 잠을 깨 본다. 가을 새벽 공기는 상쾌하고 서늘하다.

하루가 참 길다. 낮에는 졸려서 어쩔 줄 모르겠다. 하루의 시작에 2시간은 더 추가로 붙은 거니 그럴 법도 하다.
낮에는 또 침대에 기어 들어가서는 안되지만 지난주에는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휴 기간 동안 책을 많이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루키는 20대에 재즈바를 운영했고, 20대 후반 바 운영과 단편소설 투고를 3년간 겸업하다가 30대가 되며 전업 작가로 독립했다.
전업작가를 준비하며 그는 건강과 루틴을 유지해야 할 방법을 고민했고, 결국 달리기와 일찍 일어나기를 선택했다.

그는 4시에 일어나 오전 8시간동안 어떻게든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일단은 일찍 일어나 자리에 앉아 써제끼는 것이다. 육체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
1시간 점심과 낮잠을 즐긴 후 오후 8시간을 운동과 독서와 음악감상 등을 하며 보낸 후 9시쯤에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거의 매일 달리기를 하고, 겨울 시즌에 마라톤을, 여름 시즌에는 트라이애슬론을 1회씩 완주한다고.

하루키선생이 글쟁이의 여러 고민에 대해 답을 내 주었다. 마치 애널리스트를 준비하는 사람더러 보라고 쓴 글 같다.
얼만큼 분석이 깊은 글을 써야 하나(과연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방송과 대중매체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가 여부도 고민이었는데
하루키 선생은 좆까 나는 단골만 데리고 간다, 하는 생각으로 써제낀다고 답을 써 주셨다.
10년 재즈바 운영 경험에 따른 판단으로는 어차피 트렌드는 변화하기 마련이니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고,
대신 나에게 기꺼이 지출하는 몇몇 단골에게는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컨텐츠를 제공하는걸로.
여의도는 깊이로 승부해야 하는 곳인데 깊이의 실종이 문제인거라고 매니저 친구가 답을 주기도 했다. 감사하다.

일단 나의 애널리스트 첫 1년의 목표는
이런 루틴을 1년간 유지하는 것,
구상하고 있던 정치-경제-마켓 분석 시스템을 완성하고 그 기반 위에서 글을 쓰는 것,
중간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재계약하는 것이다.
소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일이다.

하루키는 달리는 동안 무엇을 생각했을까?
사실 그는 달리는 도중 괴로워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기권만은 하지 말자,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걷지는 말자, 마라톤은 걷는게 아니라 달리는 경기이다, 라는 생각으로 버텨냈다고.
앞으로 1년, 어떻게든 그런 생각으로 딱 1년만 버텨보자. 고통스러워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포기는 하지 말자, 마라톤을 버틴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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