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일요일

<콩, 장, 한반도 그리고 두부>

 <콩, 장, 한반도 그리고 두부>


1. 도우장, 중국인의 아침식사


중국에서 직구로 도우장 기계를 샀습니다. 한국에서 10만원 하는걸 직구로 2만원이면 사네요. 한국에서 파는 것도 중국 OEM 제조니까, 직구가 늘어날수록 중국 제품을 떼어와서 브랜딩 마케팅해서 한국에 파는 직업은 자리가 없어진다고 봐야겠습니다.


도우장(豆漿, 두장)은 한자 그대로 콩즙, 콩물, 콩국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사람들은 여기에 기름에 튀긴 꽈배기 요우탸오(油条)나 만두, 교자를 곁들여 아침식사로 먹습니다. 20여년 전에 중국어 과외선생님을 따라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콩물과 꽈배기를 사서 간단히 먹는 중국인의 아침식사 습관을 처음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둘 다 처음 보는 거였으니까요.


2. 단백질을 주는 콩, 공기 중에서 질소를 뽑아올 수 있기 때문


식물의 3대 비료가 질소N 인P 칼륨K 이라는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이게 필요합니다. 인은 뼈나 DNA(DNA내에 인산이 필요합니다), ATP(세포 내 에너지 저장소)에 인이 들어가고, 칼륨은 생명체 내에서 나트륨 등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는데 필요합니다. 질소는 그 복잡한 구도 덕분에 생명체의 기능을 제어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구성원입니다. 질소라는게 탄소처럼 이쁘게 결합되질 않고, 다른 분자와 결합할 떄 각도가 삐뚫어지게 되어있어요.


질소, 인, 칼륨보다 더 많이 필요한건 당연히 탄소C 수소H, 산소O 지만, 이건 물(H2O)을 마시거나 광합성(CO2)을 해서 얻을 수 있으니, 456등으로 필요한 NPK가 3대 비료가 되는 것입니다.


생명체는 인과 칼륨도 얻기가 어렵지만, 질소도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질소는 공기중에 엄청 많지 않냐? 할 수 있지만 공기중에 있는 질소는 지들끼리 결합해 있어서 아주 단단한 질소분자 N2 형태입니다. 이걸 질소 하나만(질소 이온) 뽑아와서 생명체가 쓰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버-보슈가 암모니아 비료를 만들기 이전, 생명체는 질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다른 생명체의 사체를 통해 얻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식물이 죽어 쌓인 퇴적 토양이 비옥한 것이었고, 땅에 질소를 주기 위해 배설물을 비료로 줬습니다. 비료 없이 농사만 지으면 땅에서 NPK가 소멸되고 그러면 지력이 다 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비료 외에 생명체가 질소 이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단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번개가 치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에너지가 강해서 질소 분자가 쪼개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콩입니다. 콩의 뿌리에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뿌리혹박테리아), 이 박테리아는 무슨 영문인지 질소 분자를 쪼개서 수소에 붙여서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만들어지면 생명체는 이걸로 아미노산, 그리고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콩은 그래서 뿌리혹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단백질을 자체적으로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식물 중에서는 단백질 함량이 제일 높고, 지력이 떨어진 땅에 콩을 키우면 지력이 회복됩니다.


3. 콩의 원산지는 만주, 쌀 문화와 결합한 콩


밀은 터키 서쪽 산간지대, 쌀은 동남아시아나 인도가 원산지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콩은 의외로 한반도 바로 근처, 북한과 만주 일대에서 작물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역사와 아주 인연이 깊습니다.


수렵민족인 고구려인은 사냥한 고기에 콩으로 만든 장을 바른 다음 불에 구워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맥적이라고 불리는 이 요리는 아마 지금의 바싹불고기?와 비슷할 걸로 생각이 됩니다. 바싹불고기 별로 안좋아하긴 하는데... 콩을 단기간 발효시켜 만든 장인 청국장이 청나라에서 왔는지 어쩄는지는 학자들이 논쟁중이지만 여튼 청국장도 근원은 만주, 한반도 북부로 추정됩니다. 뭔가 좀 친근한 느낌이 있죠..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는 메주도 만들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큰 항아리에 장을 담가 보존하고 삭히는 문화는 사실 중국에서 기원했습니다. 만주의 콩 문화와 중국의 독 문화가 합쳐져, 콩을 항아리에 발효시켜 장, 소스를 만드는 식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동아시아 농경문화에 2가지 장점을 보태주었는데, 일단 하나는 음식이 맛있어졌다는 것입니다. 단백질 자체도 맛있지만,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되면 혀에 감칠맛을 자극해 맛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고기 없이도 감칠맛을 낼 수 있는 재료는 콩, 다시마 정도 뿐입니다.


다른 한가지는 목축이나 낙농 없이도 단백질 공급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동남아/인도에서 시작된 쌀농사는 후덥지근한 여름 몬순 기후 지방에서 수확량이 많고 맛이 좋아 동북아시아까지 급속하게 퍼졌는데, 단백질 함량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농민들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논에서 나는 민물고기를 수확철마다 논에 물을 빼고 잡아다가 장을 담그거나(젓갈, 피쉬소스), 개나 닭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고 콩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었죠. 


특히 한국에서 장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밀과 면도 소비한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식단이 쌀밥+나물+김치로 고정되면서, 쌀밥을 더 맛있게 먹고 단백질도 공급할 수 잇는 식재료가 필요했습니다. 나물 좀 뜯어서 넣고 된장을 푼 된장국은 영양 면에서도 맛에서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중국이 밥을 기름에 볶아서 먹고, 일본이 밥에 뭘 덮어서 먹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한국은 밥을 국에 말아서 먹고, 그래서 숫가락도 쇠숫가락을 쓰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모두가 콩 덕입니다. 


4. 우유로 치즈를 만들듯이, 콩물로 두부를 만들다


두부를 만드는 방법은 잘 아실겁니다. 콩물에 마그네슘 등이 섞인 간수를 넣으면 단백질이 서로 붙어 응고됩니다. 단백질끼리 붙어 가라앉으면서 물은 빠지고 엉겨붙은 두부만 남습니다. 이건 의외로 치즈를 만드는 방법과 거의 같습니다. 


치즈도 단백질 물인 우유에 단백질을 엉기게 하는 효소(레닛)을 넣어서 단백질을 굳힌 것입니다. 단백질만 빠져나오면 치즈가 되고, 치즈가 빠지고 남은 물은 유청이라고 해서 먹던지 여러가지로 따로 씁니다. 우유에서 두부처럼 단백질을 굳힌게 치즈고, 우유에서 거품을 걷어내서 기름만 따로 뺴낸게 버터입니다. 둘은 아예 다릅니다.


치즈가 발효식품 어쩌고 하는건 이 이후의 일입니다. 굳어진 단백질은 당연히 온갖 생물의 먹잇감이 되고, 오래 보관하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균에게 맡겨두는게 그나마 나은 방법입니다. 두부도 오래 저장하기 어렵고, 발효를 시키면 좀 낫습니다. 두부를 발효시켜서 먹기도 합니다. 취두부라고... 사실 후랑스 이태리 치즈 똥냄새는 좋다고 하면서 중국 취두부 썩은내는 미개하다고 싫어하는 것도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넘이 그넘입니다.


두부는 사실 꽤 최근에 생긴 음식입니다. 치즈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것과는 달리.. 하지만 둘의 만드는 방법은 너무 비슷합니다. 명나라때 조선 두부가 괜찮았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 전에는 두부 얘기가 잘 안나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몽골의 침입이 있었습니다. 꼭 몽골 떄문이었는지, 아님 그 전부터 있었는데 몽골 점령 떄문에 퍼졌는지는 더 알아봐야겠지만, 심증은 있습니다. 치즈와 두부는 만드는 방법이 너무 꼭 같으니까요.


우동, 교자 같은 것들이 중국에서 직접 일본에 전해진데 반해, 두부 제조 방법은 도자기 등과 함께 임진왜란때 많이 한국에서 일본에 전해졌습니다. 납치와 강제력으로 넘어갔겠습니다만.. 이제와서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두부를 더 열심히 만들고 소비합니다. 반면 한국은 치즈 올려먹는게 유행이라 일본에서 한식은 매운 요리에 모짜렐라치즈를 얹는 거라고 하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양넘들이 열심히 되도않는 fake meat 개발을 고민할때 우리는 두부가 더 낫지 않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욘드미트고 나발이고 두부김치나 드셔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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