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3일 일요일

[독서 정리] 피크 재팬 북클럽 후기

피크 재팬 북클럽 후기



1. 현대 일본의 이해를 위한 좋은 출발점

지금까지 일본의 근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에도시대에서 시작하여 근대화 혁명, 군부집권과 2차대전에 대해 스터디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일인 아베노믹스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친숙합니다. 2차대전 이후부터 아베 2기 이전 시대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피크 재팬은 그 미싱 링크를 채워주기에 좋은 책이었습니다.


2. 책의 탁월성: 4가지 차원에서 위기 분석, 살아있는 디테일

1990년 이전의 일본은 경제적으로 승승장구하였으며, 저자는 평화헌법과 요시다 체제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합니다. 한편으로는 뭔가 거세되어 있지만, 놀라운 경제성장은 밝고 활기찬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일본은 방향을 잃었고, 희망을 잃었습니다. 고이즈미 시대에 자유주의적 개혁을 진행했고 경제도 다소 회복했으나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고이즈미 이후 일본이 맞이한 위기를 다음의 4가지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각각 정치, 경제, 지정학, 사회 부문입니다. 이 책의 탁월성은 여기 있습니다.

경제부문은, 리먼 쇼크라는 대외 요인에 영향을 받아 다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일본의 경제적 역동성은 상실되었고, 자유주의적 개혁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부문에서, 자민당은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돌아갔고 정권을 탈환한 민주당은 무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 유권자는 자민당으로 돌아갈수도, 민주당을 지지할 수도 없었고 정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정치 개혁, 그리고 정치로부터의 사회개혁은 어려워졌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일본의 경제력을 넘어선 중국은 센카쿠열도에서 지정학적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일본인들에게 경제적 불안감과 함께 안보 우려까지 발생시켰습니다. 이는 또한, 해양세력-대륙세력 간의 갈등임과 동시에 탈아입구냐 아시아의 일원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원전사태는 일본의 지리적 취약성과 관료제라는 고질적 문제를 나타냈습니다. 원전사태는 어느 정도는 인재였으며, 이는 일본의 근대화와 전후 일본의 성장을 이끌었던 관료제도와 규제 시스템이 그 동안 일본 사회의 비효율을 쌓아오기도 했다는 역설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베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혁하기 위해 아베노믹스의 비전을 가지고 집권 2기를 창출했습니다. 아베 2기는 경제, 외교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베 2기에도 구조개혁은 지연되었으며, 일본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천재지변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암시하는 것 처럼, 일본을 개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3. 만만하지는 않았던 책

이 책은 만만한 책이 아니었는데, 이유는 1) 특히 4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일본의 문제에 대해, 디테일이 너무 자세했고 2) 결론이 다소 무리하게 도출되었고 문제의 각 측면에 대한 해석도 주관적인 느낌이 있어 일일히 체크를 하면서 읽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디테일이 풍부한 것은 읽기 힘들어서 그렇지 꼭 나쁜 것만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싱 링크'를 채워가는 과정도 필요했기 때문에 스킵하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읽고 정리하였습니다.

그러나 현황 내러티브는 좋은데 원인 분석도 주관적인 부문이 있고, 일본이 이제 peak를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예측은 사실 막무가내인 부분이 있어, 덮어놓고 받아들이기보다는 판단하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체크하면서 읽어내려가야 한다는게 실제로는 꽤 문제가 되었습니다. 너무 디테일한건 신문기사 스크랩 같은 느낌도 있고.. 저널리스트의 한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4.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기

책 맨 마지막에 붙여진, 이정환 교수의 해제가 책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해제에서 이 교수는, 경제에서 자유주의적 개혁이 지연되는 이유를 구조개혁이 야기할 일본의 생활보장체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정권 안정성에 대한 위협 때문인 것으로 지적했고, 고이즈미 총리 시절 경제회복에 너무 많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닌가, 대외수요 호조세 영향이 컸다, 라고 주장합니다.

정치 문제도 단순히 바뀌지 않는 자민당과 관심없는 유권자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자민당-공명당 연합, 고이케 유리코 등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 글로벌 포풀리즘 추세와 아베 2기 집권 등을 연관지어 보아야 한다고 하였으며, 고이즈미 신지로는 나름 괜찮게 평가합니다.

외교 부문에서는, 피크재팬의 저자의 의견과는 달리, 분명 일본의 외교정책은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저자와 큰 견해차이를 보입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원전 사태 이후 국민 분열보다는, 보수성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책의 결론이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OX 문제라기보다는 한가지 가능성의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입니다. 여튼 일본은 누군가가 방향을 잡아줘야 잘 하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알아서 개인들이 알아서 갈아엎어주면 좋겠지만 에너지 과잉인 한국과는 달리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국민의 나라입니다.

무엇이 한국과 달라서 이럴까요 왜 일본인은 인내할까요? 1) 2차대전 패전과 이후의 평화헌법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아베나 극우 보수주의, 정상국가화 시도가 해답이 됩니다. 아니면 2) 오히려 전통적인 성향(공동체 우선주의)가 개혁을 막는 것일까요? 손타쿠 문제라던지 여성 개혁 어려운 상황을 보면 이쪽도 납득이 갑니다. 3) 경제적 성공과 복지가 젊은이들을 안락하게 했기 때문일까요? 중국이 겪고 있는 '야망의 시대'를 생각하면 같은 아시아 국가이지만 큰 차이가 납니다. 그러고보면 빡치는 것도 중요한 역량이다 싶습니다.


5. 일본과 한국

피크재팬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논리대로라면 피크코리아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책 주장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일본은 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우려하면서도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이유로 정권교체가 된다는 점과 젊은층들의 활력을 꼽았습니다. 일단 저자 말대로라면 이 정도로 실패했으면 정권이 다음 차례에는 교체되어야 한국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젊은층의 활력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갱신하고 있지만, 최근의 정세 변동은 오히려 한국에게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1) 경제학적으로는 미리 겪은 인구감소와 그에 대한 대응에서 배울 것이 많고, 2) 지정학적으로는 센카쿠 갈등과 미중무역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입장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3) 항상 한국과 일본을 경쟁선상에서 바라보게 해던 산업 부문에서는, 4차산업혁명과 인터넷 플랫폼 산업의 대두 이후로 제조업 경쟁강도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피크를 찍었는지 안찍었는지는 잘 모르겠는 일본이지만, 타도 대상에서 진지한 공생을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시각이 바뀔 것입니다.


6. 일본어 학습, 독서모임의 의미

21년도에는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JLPT시험도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아내가 일본계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저도 일본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날 것 같구요. 지금까지는 한글로 씌여진 책을 통해 2차적으로 일본을 이해했고 관광 목적으로만 방문했지만, 앞으로는 오타쿠같이 애니를 보건 시바료타료 책을 읽던 드라마를 보든 1차적 접근이 가능하로록 해 보려고 합니다. 잘 된다면 투자나 사업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봈습니다. 빌 게이츠가 책을 엄청나게 읽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1시간에 책 150쪽씩 읽는다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고, 1년에 2번 씩 1주일간 책만 읽는 시간을 마련해서 별장에 틀어박혀 책만 읽고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지식과 쌓인 재산을 가지고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구요.

지난 해 저는 어쩌다보니 운이 좋아서 독서모임을 전출하게 되었고, 책읽는 즐거움, 글 쓰는 즐거움을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모멘텀을 하나 만들어낸 듯 합니다. 내년에는 즐거움을 넘어, 본격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 보려고 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에 150쪽씩 읽는 빌을 생각하며 책을 빠르게 많이 읽고 - 휘발되지 않도록 정리해서 아카이브를 만들고 - 나의 생각을 글로 쓰고 - 독서모임등을 통해 타인과 생각을 교류하는 방식으로 독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생각입니다.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해보겠다고 시작한 독서모임이었지만, 결국 그 끝에서 발견한 것은 저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2021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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