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 월요일

[독서 정리] 디즈니만이 하는 일 북클럽 후기

디즈니만이 하는 일 북클럽 후기



1. 완전히 새로운 경험

독서는 간접 경험이라고들 하죠. 이 책은 저에게 충격적인 간접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효과가 큰 독서가 되었습니다.

제가 금융업계에서 근 10년간 일을 해 왔지만, 시장에 대한 즐거움은 있었으나 조직 내 성공에 대한 생각은 딱히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조직은 사실 매매와 리서치하는데 방해만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죠. 이 책을 읽으면서 조직 성공과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또 경영자의 의사결정과 역할에 대해 경영자의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년 연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았더군요. 그 만큼 사람들은 회사, 조직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지침서를 높게 평가하는구나 싶었습니다.


2. 조직에서 바닥부터 성공한다는건 저런 것이로군

아이거는 ABC 방송의 바닥부터 시작해서 부사장이 되었고, 결국 디즈니의 회장이 되었으니 가장 크게 성공한 직장인의 케이스일 것입니다. 일에 대한 성실함은, 바닥에서부터 시키는 일은 아무거나 다 했고 또 꾸역꾸역 해 낸 것에서 알 수 있었죠. 덕분에 초기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룬 얼리지의 눈에 들기도 했구요. 조직에 대한 성실함은 이직하지 않고 또 꾸역꾸역 ABC스포츠 조직 내에서 승진해 간 것에서 보여주었구요.

몸담고 있는 조직이 계속 잘 나가기도 했고, 피인수합병도 그에게 좋게 작용했고, 정말 빠른 승진은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고요. 놀라움과 부러움이 반쯤 섞인 그런 눈으로 그의 성공가도를 읽어나갔습니다.


3. 아이거만이 하는 사내정치

그의 신기함은 사실 중역때부터 나타나는데, 역시 관리직이 되면 그때부터는 인간관계와 사내정치가 중요해지는걸까요. 슬슬 PEF 오너들이나 기존 임원들 등등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일을 잘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데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한걸까요. 심지어 그에게 방송일을 가르쳐 준 룬의 보스까지도 됩니다. 추후에는 심지어 자신이 밀어낸 기존 CEO 마이클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고, 괴짜로 유명한 애플의 잡스마저 그를 좋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사내정치의 끝판왕일지도 모르겠어요. 자서전이라 숨긴건지 본심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튼 야심을 드러내지는 않았고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평가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야심과 어두운 면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디즈니 피인수 이후 위태위태해 보이는 2인자 자리를 한참동안이나 유지합니다. 합병당한 쪽에서 2인자로 임명받은 것도 쉽지 않은데, CEO 마이클과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마이클이 위험해진 순간, 그를 계승하면서도 위기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로서 새로운 CEO로 당선되는데 성공합니다. 참 이것도 재능입니다.


4. CEO로서의 아이거만이 하는 일

CEO가 되고 나서는 굵직굵직한 일에만 신경을 쓰게 되었지만, 그래도 CEO의 매일매일은 바쁘기만 해 보였습니다. 3건의 M&A가 가장 큰 일이었고, 모든 것이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여튼 픽사 인수는 디즈니가 더 이상 바보공룡이 아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블 인수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안데르센 동화를 다 써먹은 디즈니는 10여년간 방황하다 마블과 픽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습니다. CG 기술과 현대미술을 사용할 여지는 더 많아졌습니다.

글로벌 조직에 자율성 부여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였습니다. 구조본 같은 관리조직을 구조조정해버렸고, 각 조직, 특히 해외지사들은 각자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한국, 일본의 대기업 분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지사들이 처한 현실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사고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고, 모든 의사결정은 상부에서 결정하는 조직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말이죠.

주주와의 관계개선이나, 아이팟 등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점도 아이거의 업적입니다. 최근 디즈니는 OTT 서브스크립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였는데 이 또한 기술진보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디즈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면일 것입니다. 아이거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여튼 디즈니의 주가는 그의 성공을 말해줍니다.


5. 경영자만이 하는 일

그가 CEO로서 하는 일을 보면서, 스마트한 경영자의 역할은, 기존 방식대로 열심히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잘 진단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애니메이션 실패에 있다고 진단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건의 M&A를 진행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컨텐츠를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고민하며 디즈니의 기존 라이브러리를 잘 활용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장기적으로 회사 역량 강화도 진행했습니다. 겨울왕국 등 2010년대 디즈니 애니매이션의 부활은 픽사 인수가 긍정적 영향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90년대 부흥 이후 몰락했던 디즈니 애니매이션은 2010년대 다시 흥행에 성공합니다. 알라딘과 인어공주를 보고 큰 밀레니얼 세대는 이제 아이를 안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겨울왕국을 보러 갑니다.

회사 경영진이 하는 일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역할놀이를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무턱대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의사결정을 잘 해줘야 하는 것이 경영자다, 바뀌는 세상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답 안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돌파할까 고민하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경영진에도 감정이입을 해 보며, 그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 그래서 이런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구나, 어려운 이 상황을 이렇게 해쳐나가려고 하는구나,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디즈니만이 하는 일]을 읽었으나 이는 사실 [아이거만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정치인도, 창업자도, 성인의 자서전도 아닌 아이거의 이야기는, 감동과 카리스마는 없었으나 대신 경영자 롤플레잉 게임 같은 경험과 통찰을 던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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