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2일 일요일

울산-기장-부산 여행

<5/22 울산-기장-부산 여행>

이번 주에는 집구석에 있었습니다. 1km 이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회담이 있었군요.. 음 뭔가 뽕이 차오르기도 하고.. 동네 시끄라워질까봐 걱정도 되고 그랬던 주말이었습니다.

울산-기장-부산 여행은 사실 지난 주에 다녀왔어요. 너무 더워지면 힘드니까... 이럴 때 다니는게 낫습니다.


1. 다녀온 이유, 광역도시철도

다녀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 울산-기장-부산까지 동해남부선 전철이 지난 해 연말 개통됐는데 그걸 타 보고 싶기도 했고, 2)기장에 오시리아라는 새로운 레져타운이 생기고 있는데 그거 보고 싶기도 했구요

여정은, 울산까지는 KTX, 울산에서 부산까지는 동해남부선 전철, 부산에서 서울 오는건 비행기로 왔습니다. 울산KTX는 열차로 정확히 2시간 소요되구요, 부산에서 비행기로 오는건 대기시간에 집에 오는 시간까지 해서 2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고속철도/비행기에는 4시간 룰이라는게 있습니다. 이보다 가까우면 시간상으로 철도가 유리한 편이고 멀면 비행기가 유리하다는 얘기죠. 가난한 인민이 많은 중국이야 아무리 멀어도 철도 때려박고, 고속철도 없는 미국은 자동차로 가기 어려우면 걍 비행기를 타지만.. 대충 교통망이 둘 다 깔려있다고 하면 4시간 넘어가면 비행기를 많이 탄다는... 머 그런 얘깁니다.

서울-부산은 KTX로 3시간 정도면 해결되니까 애매합니다. 울산까지는 KTX로 가겠는데 부산에서 오려니까 걍 비행기ㄱㄱ.. 이렇게 되는 딱 그 정도 거리가 부산인거 같구여. 걍 30분 땡겨서 비행기를 타고 마는... 그래서 한일 해저터널 경제성이 의심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뚫는다 해도 요즘 세상에 누가 도쿄를 KTX-신깐센 타고 6시간 걸려 가겠습니까.. 부산-후쿠오카나 열차 타고 다니고 말 겁니다.


동해남부선은 원래 철도로 이어져있던 곳인데, 이번에 동해안을 돌아 울산까지 개통되었습니다. 지금은 부산 시내(서면)에서 동해안으로 해운대-기장을 거쳐 울산까지 연결되지만, 앞으로는 울산에서 북으로 경주까지 연결되어, 서쪽으로는 경주-동대구, 북쪽으로는 경주-포항까지 전철을 연결할 계획입니다. 으마으마하네요 전철타고 붇싼에서 울산경주찍고 대구까지ㄷㄷ 이와 별개로 울산에서 양산-서부산-김해까지 이어서 동남부를 원형으로 돌리는 광역철도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거창한 계획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광역철도는 전국에 한군데 더 생길 예정입니다. 청주-세종-대전. 광역도시권에 계획중인데, 청주-오송-세종-대전(유성)-대전(구도심)-대덕(신탄진)-청주로 이 동네를 한바퀴 뺑 돌릴 예정이죠. 여기는 행정수도권에 수요도 많으니 될 것 같습니다.



2. 울산: 태화강, 역사, 산업단지

울산에서는 일단 태화강에 놀랐습니다. 제가 알기로.. 태화강이 전국 탑티어 똥물이라고 하는데, 사실 똥물이 차라리 낫지 저는 페놀 수용액(solution)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 깔끔해져서 깜짝 놀랐어요.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숲 10리길은 한번쯤 다녀와 보실 만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졌는가... 하니... 광역시로 분리된 이후 예산편성에 자율성이 높아져서 환경복구에 돈을 많이 때려박았다.. 라고 합디다. 애초에 돈이 많은 동네인데 정부에서 뜯어가기만 했으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울산은 단구대 벽화 유적 있었다는걸로 열심히 고래를 마케팅용으로 팔아먹고는 있는데, 역사적으로는 경주와 연관이 많습니다. 신라시대 수도인 경주의 외항이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나름 아랍, 인도 상인들도 신라에 드나들었단 기록이 있죠? 당시 항구는 울산항이었을겁니다.

지질학적으로 경주-울산은 형산강지구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형산강 지구대가 머냐... 하면.... 일단 여기가 산에 둘러쌓인 평평한 좁은 면 같은 동네인데, 마그마가 용출되는 계곡(valley)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냥 머 산이 양쪽으로 뜯겨나가면서 골짜기가 생기고 거기에 마그마가 자리잡아서 얇은 선과 같이 평평한 지역이 생겼다 정도 보시면 댑니다... 이 동네 다음 지도를 켜 놓고 잘 보고 계시면 아 이게 이런 소리였구나... 하시긴 하실 겁니다.

여튼 그래서 경상도 동남부가 전부 다 산자락인데, 경주에서 울산 가는 길은 평지로 길이 반듯하게 나 있습니다. 경주에서 울산 가는 그 길목에는 불국사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게 다 신라의 메인 스트리트, 경부고속도로였다 보시면 될 겁니다. 동남쪽 구석탱이에 숨어있는 경주는 울산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습니다. 경주에서 북쪽으로는 포항까지 평지가 쬐끔 있져.. 포항도 북쪽으로 나가는 관문이었습니다. 이 길을 통해서 신라는 강원도 동쪽 해안가(관동지방)에 세력을 뻗쳤습니다. 지금도 강원도 관서와 관동은 완전히 다르져... 관동에는 신라의 불교 문화와 유적(양양 낙산사 등)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북쪽 양양부터 남쪽 울산까지 쭉 길게, 동해안은 같은 신라 문화를 공유했더랬습니다.

경주의 위상은 고려 몽골 침입기 정도까지 유지됐습니다. 고려 초기 3경에 경주가 들어갔고, 경상도(경주, 상주) 라는 명칭이 생긴 것도 고려 초기였습니다. 그때야 머 이전 국가였던 신라 수도였으니까.. 경주가 쇠퇴한건 몽골 침입(1200년대)때 거하게 다 태워먹고,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낙동강을 중요한 교통로로 쓰면서 경주는 머 콩라인이 되어버렸댔습니다.. 울산에서는 말이나 키우고 고래나 좀 잡고.. 임진왜란 때 잠시 나타나는데 일본애들이 밀리면서도 여기는 안 내주려고 왜성도 쌓고 하면서 저항했는데 머 불가능한 야심이었죠.


잊혀졌던 울산은 일제시대 들어와서 다시 주목받는데, 당시 내지인 일본과의 접근성 때문이었습니다. 일제는 1930년대에 울산을 이미 중화학공업 단지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설계도랑 다 뽑아놓고... 공사 요이 땅 하려는데 태평양전쟁 터지면서 무산됐습니다만 울산의 공업단지 계획은 한국에서 그대로 이어져 1950년대 삼양사의 설탕공장이 울산 공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삼양사야 지금 와서 보면 전라도 대표기업이 되어버렸고 JB지주 최대주주로 계시는데.. 시작이 울산 제당공장이라니 아이러니합니다.. 비슷한 때에 삼성 제일제당은 부산 제당공장을 지었는데, 한국 공업화의 시작은 수입품의 국산화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여튼 지금은 자동차 금속 조선 석유화학이 몰려있는 한국의 대표 산업단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자료에서 원화가치와 제조업 역량과 글로벌 시장 접근성 셋이 잇다면 이 나라는 혁신이 잘 되지는 않더라도 위기는 면하고 산다, 라고 썼는데 여튼 캐파와 낮은 고정비 단가로 벌어먹고 사는 울산 되시겠습니다.


3. 부산의 지리와 역사: 동래, 부산, 해운대

부산으로 넘어가봅시다. 부산은 사실 북쪽 내륙지방인 동래현과 남쪽 항구 지방인 부산포가 합해진 도시입니다. 원래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은 동래현에 살았습니다. 지금도 동래구에는 동래읍성과 동래부 관아가 남아있고, 지금도 온천천 따라서 많은 부산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부산역 근처인 부산포, 초량동 머 이런데는 사실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 개발한 항구입니다.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항은 개항되었고 일본인들이 들어와서 항구를 접수했습니다. 경부선 철도를 여기까기 깔았습니다. 부산항은 일본에 들어가는 입구이자 조선의 출구가 되었고 항구 맞은편 영도에는 조선소가 들어섰습니다.

부산이 원래 태백산맥의 마지막 끝이 바다에서 만나는 곳이라 산이 높고 터가 좁아서 사람 살기 어려운 곳인데, 그 어려운 곳에 사람들이 들어앉아 살았습니다. 625 전쟁때에는 그 많은 피난민들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살았습니다.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 팔고, 국제시장에서 밀수품 팔고, 영도 깡깡이마을에서 배 녹슨거 떼어가며(깡깡이질)하고 동네방네 제첩국 팔면서 부산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동래와 부산이 만나는 지역인 진구(부산진구라고 하면 외지인임)의 서면이 도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사실 하천(동천)을 복개한 거리입니다. 현지인들은 서면이라고 안하고 쓰면이라고 하는거 같습디다만... 국밥먹으려면 쓰면 가면 되구여..

90년대 이후에는 해운대가 택지로 개발되어 중동 신도시에 마리나에... 머 서울사람 울고 갈 부동산 견적 나오니까는 거기 가서는 한번 놀라고 오심 될 것 같습니다.


4. 부산의 변화: 산업은 서쪽으로, 레져는 동쪽으로

평지가 거의 없으니 부동산 개발이 빈부격차를 키우는 요인이 되는거 같구요. 한국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큰 지역이 부산이 아닐까 합니다. 해운대는 홍콩, 싱가폴 같은 느낌이 나는데, 사하 영도 중구는 머.. 답답합니다.
       
땅이 좁으니 부동산 개발이 중요해집니다. 산업은 서쪽으로, 레져/부동산 개발은 동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서쪽에는 부산신항만이 생기고 녹산단지 등 중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김해, 창원, 거제 산업단지와도 연계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배후도시인 김해 장유에는 젊은 층의 유입이 많고 경상도 내 민주당의 거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동쪽은 리조트 지역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해운대야 뭐 엘시티로 개발의 정점을 찍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송정, 오시리아쪽이 개발 중입니다. 바다에서 놀기는 역시 동해안.. 인거 같은데 동해안의 남쪽 끝을 버려두기는 아깝죠. 부산의 개깡촌이었던 기장군은 오시리아라는 이름으로(부산은 지역명 이상하게 짓기로 유명합니다. 괘법르네시떼라던지..) 개발 중인데, 롯데아울렛에 롯데월드에 힐튼호텔 아난티 뭐 별거별거 다 들어오는 중이고 이제는 주변 2대도시 부산 울산에서 전철이 뚫렸습니다. 전철 타고 잼민이들 엄청 놀러옵니다.

서쪽은 산업, 동쪽은 레져면 가운데 부분은 어떨지... 재개발하거나 낙후되거나.. 둘 중 하나인거 같구요. 서면 전포동 까페거리는 잘 돼서 난리, 일부 살만한 곳은 재개발재건축, 남쪽으로 갈 수록 답 안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5. 도시국가가 되어가는 한국

한국은 여튼 도시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5천만 인구중 서울/경기에 50%가 살아요. 지난번에 평택/안산/시흥에 동남권 산업단지가 다 옮겨오고 있다 말씀드렸는데 역시 동남권의 쇠퇴는 막을 수 없지 싶습니다. 산업은 빠져나가고 관광은 늘어납니다. 송정, 기장은 1000년 전과 마찬가지로 강릉, 속초와 닮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수도권 외에 남는 지역이 있다면 아마 앞서 언급한 동남권 지역, 청주/세종/대전 이들 2개 광역지역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역 문화가 잘 살아남아 줬으면 합니다. 한맺힌 전라도와는 달리 붓싼에는 서울에 지지 않는다는 유쾌함과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죽어라 야구하는 해태 타이거즈와는 달리, 롯데는 못하면 욕먹고, 마 치와뿌려라, 하고.. 그러다가도 내일 다시 응원하고 그렇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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