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7일 일요일

안산시 탐방

 <8/7 안산시 탐방: 외국인 집합소, 교통 개선 확연>


이번 주말에는 안산시에 다녀왔습니다. 외국인들의 성지? 집합소?가 되어가는 중요한 지역이라 눈으로 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거제도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로 말이 많은데, 같은 용접일 할거면 안산에 가서 하는게 훨씬 낫다는 얘기도 돌더라구요. 역시 경남의 제조업은 지고 경기 서남으로 넘어옵니다. 그런거 좀 보고 싶기도 했구요.


일단 4호선을 타고 직접 갈 엄두가 안나서.. 용산에 수원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30분 걸려서 수원역에 갔고, 수원역에서 수인선을 타고 20분만에 안산에 도착했습니다. 수인선 이게 참... 일제 중기에 깔아둔 노선인데.. 90년에 폐선되었다가 이제 다시 꺼내서 전철 연결해서 쓰고 있습니다. 저 북쪽에 고양-의정부까지 교외선도 죽어있는데 이거 언젠가 살릴 수도 있을거 같고.. 수도권 폐선은 언제나 관뚜껑 열고 나올 수 있겠다 싶어요. 


여튼 수인선은 인천-연수-시흥정왕-안산공단-안산중앙-수원을 연결하면서 경기 동부 분당선과 연결됩니다. 경기 남서를 횡으로 잇는 새로운 축이 생겼습니다. 사람들도 꽤 많이 타더라구요. 같은 수인분당선이지만 수원역 서쪽부터는 외국 스멜, 수원역 동쪽부터는 삼성전자 스멜.. 이렇게 확 바뀝니다.


수인선은 확실히 부활한게, KTX마저 수인선으로 연결될 예정입니다. 평택에서 올라오는 KTX 노선이, 수원 서쪽 어천역 근방에서 좌회전해서 수인선으로 갈아타서, 안산 초지에 한번 서고, 인천으로 갑니다. 인천에서 어디에 설지는 모르겠는데 연수와 인천 구시가의 사이인 송도역(송도신도시 아닙니다)에 선다고 하는데 아직 확정은 아닌거 같고.. 여튼 그렇습니다. 


KTX는 서해선으로도 연결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전철로 안산-시흥-부천-김포공항-고양대곡을 잇는 전철이 생겼는데요, 이 노선을 남쪽을 더 뚫어서 기존의 장항선에 연결하는 KTX 노선, 인천-안산-평택항-충남당진-충남홍성-충남대천-전북군산으로 이어지는 서쪽 라인이 구상중입니다. 이 한가운데에 안산이 있습니다. 



안산시는 외국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만, 외국인 거주지와 한국인 거주지는 꽤 분리되어 있습니다. 도시 동쪽은 초지역, 중앙역, 한대앞역.. 이쪽은 애초에 안산시가 계획도시로서 생겨났을 때 아파트 때려박은대라서.. 90년대 00년대 준공 아파트가 많고 한국사람들 위주로 살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은 것은 안산시에서도 서쪽인 안산역 근처구요. 이게 안산역 부근부터 철도 남쪽으로 해안가로 공단이 쫙 펼처지는데.. 거기서 누가 일하겠습니까... 외국인들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되시겠습니다. 


안산역 북쪽 다문화시장은 정말 한국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구요, 그렇다고 대림처럼 중국 느낌이 나지도 않습니다. 외국인들은 원하는 물품을 얻기 힘들기도 하고 원래 전통시장이 친근하기도 하고.. 전통시장의 각국 특화 상점을 이용한다고 하던데요, 뭐 이마트 가봐야 원하는 물건 없을거니까 자연히 그렇게 되겠구나 싶습니다.


거주 외국인 수는 10만명, 안산시 인구가 100만명이니까 10%인데..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은 됩니다. 그래도 열의 하나.. 그 이상은 되겠습니다. 일단 파악되는 외국인 중에는 중국계 동포 및 중국인이 50%를 넘구요, 우즈벡, 러시아, 카자흐, 키르기즈 등 CIS 출신이 25% 정도, 비엣남이 3%(비엣남은 동남아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타이, 미얀마 순으로 있는 동남아시아가 5%,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 랑카(스리 랑카의 랑카는 섬이라는 뜻이고 스리는 접두사입니다), 파키스탄, 인디아 순인 남아시아가 2% 내외 되시겠습니다. 근데 머.. 미등록 인구가 한 2배 되지 않겠습니까. 대충 중국인/연변인 절반에 나머지 절반은 우즈벡/고려인, 그 나머지는 동남아/비엣남/남아시아 이렇게 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역시 중국계가 많지만, 그래도 대림동과 좀 다른 점은 고려인의 비중이 많고, 꽤 diversified 되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안산역 앞 다문화거리의 느낌은 중국이라거나 대림동과는 다른, 말레이의 콸라룸푸르나, 싱가폴의 리틀인디아/게일랑 처럼 느껴졌습니다. 중국인이 꼭 주류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방법은 산업연수생 같은 제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한국계 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방법은 상당히 쉽습니다. F4 비자라는 시스템을 이용하는데요, 사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 비자 연장은 아주 곤란한 일입니다. 예전 저희 집에 살았던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도 참.. 목동에 가서 (오목교에 가면 외국인 등록소인가 뭐시기 있습니다) 비자 연장 받아야 하는데 괜히 밉보이면 연장 안되고 그럼 변호사인 와잎이 도와주기도 하고 뭐 개난리를 치고 그랬었는데 한국 혈통이 있다고 믿어지는(적당한 근거자료만 있으면 됩니다, 중국정부의 조선족 인증이라거나) 동포의 경우는 거의 무제한으로 비자가 연장이 됩니다... F4 비자라는게 그런거구요. 3년에 한번 갱신하면 무제한으로 거주 가능합니다. 사고만 안치면. 자격요건은 대학 이상 졸업자거나 무슨 기능... 뭐 이런거 있는데 아주 단순한 자격증.. 네일아트나 미용이나 맛사지나 머 이런거 있으면 ㅇㅋ가 되기 때문에.. F4 비자가 거의 100만명에 육박하는데.. 그 중 90%가 중국인입니다. 나머지는 미국/캐나다인데, 그건 재미교포, 재 캐나다 교포 같은 검머외이기 때문에 외국인이라 하기 어렵고.. 사실상 F4는 소수의 고려인을 제외하면 한국계 중국인에게 열려있는 제도죠. 한국 외국인 제도라는게 이렇습니다. 다른 국적에는 문을 강력하게 닫는데, 한국계 혈통이 조금 있으면 평생 열어줘요. 


대림동만 해도 중국인 비중이 너무 높고, 이렇게 단일 국적 외국인을 받는게 맞나, 미국도 비슷한 관점에서 히스패닉 받다가 국가정체성 거덜나게 생겼는데, 안산 다문화거리는 중국인만이 아닌, 고려/CIS인, 비엣남인, 동남아인, 남아시아인 등 많은 문화가 한국에 공존할 수 있겠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중국이 50%가 넘습니다만..



여튼 안산역에서 서쪽으로 더 가면 시흥 정왕, 오이도를 거쳐 배곶신도시에 도착하고, 여기서부터는 다시 한국인들의 아파트 마을이 됩니다. 서쪽으로더 넘어가면 인천 남동, 연수를 지나 구 인천에 다다릅니다. 안산역 남쪽으로는 반월공단을 넘어, 시화대교를 지나 시화호 남쪽으로 가면 이제는 송산 신도시가 열심히 건설 중에 있는데요.. 여기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다문화 마을.. 여기의 미래도 궁금해지구요.


안산에서 서울에 돌아오는 길은 참 고됐습니다. 4호선 타고 1시간 10분을 느릿느릿... 산본-금정-평촌-과천을 지나야 간신히 사당에 도착하는데요... 지금은 1시간 넘게 걸리지만 2년 후부터는 얘기가 또 다릅니다. 신안산선이 개통되거든요. 여의도역 공사하는거는 다들 보셨겠지만 여의도-영등포-신풍-구로디단-광명역-에서 바로 안산중앙으로 꽂아버립니다. 안산중앙에서 구로디단까지 18분, 여의도까지 25분 걸립니다. 와 이럼 다닐만 하죠. 동서남북으로 전철이 다 뚫리는 와중에 서울 급행이 뚫힌다? 거기에 GTX C 노선이 안산에 분기를 주네마네 하는데 뭐 얘기나왔으니 주겠죠.. 이러면 살만 합니다. 이러니까 중앙역 센트럴 푸르지오가 9.5억, 초지역 메트로단지 푸르지오가 9억 하고 계시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경기 서쪽이 점점 더 좋아지는데(그렇다고 똘똘한 한채 시대에 뭘 사겠다는건 아닙니다만) 서쪽의 트래픽이 1차로 영등포에서, 그리고 여의도로 집결하는 느낌입니다. 신안산선은 영등포에서 쉬고 GTX B는 신도림, 여의도로 들어오네요.

2022년 5월 22일 일요일

울산-기장-부산 여행

<5/22 울산-기장-부산 여행>

이번 주에는 집구석에 있었습니다. 1km 이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회담이 있었군요.. 음 뭔가 뽕이 차오르기도 하고.. 동네 시끄라워질까봐 걱정도 되고 그랬던 주말이었습니다.

울산-기장-부산 여행은 사실 지난 주에 다녀왔어요. 너무 더워지면 힘드니까... 이럴 때 다니는게 낫습니다.


1. 다녀온 이유, 광역도시철도

다녀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 울산-기장-부산까지 동해남부선 전철이 지난 해 연말 개통됐는데 그걸 타 보고 싶기도 했고, 2)기장에 오시리아라는 새로운 레져타운이 생기고 있는데 그거 보고 싶기도 했구요

여정은, 울산까지는 KTX, 울산에서 부산까지는 동해남부선 전철, 부산에서 서울 오는건 비행기로 왔습니다. 울산KTX는 열차로 정확히 2시간 소요되구요, 부산에서 비행기로 오는건 대기시간에 집에 오는 시간까지 해서 2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고속철도/비행기에는 4시간 룰이라는게 있습니다. 이보다 가까우면 시간상으로 철도가 유리한 편이고 멀면 비행기가 유리하다는 얘기죠. 가난한 인민이 많은 중국이야 아무리 멀어도 철도 때려박고, 고속철도 없는 미국은 자동차로 가기 어려우면 걍 비행기를 타지만.. 대충 교통망이 둘 다 깔려있다고 하면 4시간 넘어가면 비행기를 많이 탄다는... 머 그런 얘깁니다.

서울-부산은 KTX로 3시간 정도면 해결되니까 애매합니다. 울산까지는 KTX로 가겠는데 부산에서 오려니까 걍 비행기ㄱㄱ.. 이렇게 되는 딱 그 정도 거리가 부산인거 같구여. 걍 30분 땡겨서 비행기를 타고 마는... 그래서 한일 해저터널 경제성이 의심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뚫는다 해도 요즘 세상에 누가 도쿄를 KTX-신깐센 타고 6시간 걸려 가겠습니까.. 부산-후쿠오카나 열차 타고 다니고 말 겁니다.


동해남부선은 원래 철도로 이어져있던 곳인데, 이번에 동해안을 돌아 울산까지 개통되었습니다. 지금은 부산 시내(서면)에서 동해안으로 해운대-기장을 거쳐 울산까지 연결되지만, 앞으로는 울산에서 북으로 경주까지 연결되어, 서쪽으로는 경주-동대구, 북쪽으로는 경주-포항까지 전철을 연결할 계획입니다. 으마으마하네요 전철타고 붇싼에서 울산경주찍고 대구까지ㄷㄷ 이와 별개로 울산에서 양산-서부산-김해까지 이어서 동남부를 원형으로 돌리는 광역철도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거창한 계획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광역철도는 전국에 한군데 더 생길 예정입니다. 청주-세종-대전. 광역도시권에 계획중인데, 청주-오송-세종-대전(유성)-대전(구도심)-대덕(신탄진)-청주로 이 동네를 한바퀴 뺑 돌릴 예정이죠. 여기는 행정수도권에 수요도 많으니 될 것 같습니다.



2. 울산: 태화강, 역사, 산업단지

울산에서는 일단 태화강에 놀랐습니다. 제가 알기로.. 태화강이 전국 탑티어 똥물이라고 하는데, 사실 똥물이 차라리 낫지 저는 페놀 수용액(solution)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 깔끔해져서 깜짝 놀랐어요.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숲 10리길은 한번쯤 다녀와 보실 만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졌는가... 하니... 광역시로 분리된 이후 예산편성에 자율성이 높아져서 환경복구에 돈을 많이 때려박았다.. 라고 합디다. 애초에 돈이 많은 동네인데 정부에서 뜯어가기만 했으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울산은 단구대 벽화 유적 있었다는걸로 열심히 고래를 마케팅용으로 팔아먹고는 있는데, 역사적으로는 경주와 연관이 많습니다. 신라시대 수도인 경주의 외항이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나름 아랍, 인도 상인들도 신라에 드나들었단 기록이 있죠? 당시 항구는 울산항이었을겁니다.

지질학적으로 경주-울산은 형산강지구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형산강 지구대가 머냐... 하면.... 일단 여기가 산에 둘러쌓인 평평한 좁은 면 같은 동네인데, 마그마가 용출되는 계곡(valley)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냥 머 산이 양쪽으로 뜯겨나가면서 골짜기가 생기고 거기에 마그마가 자리잡아서 얇은 선과 같이 평평한 지역이 생겼다 정도 보시면 댑니다... 이 동네 다음 지도를 켜 놓고 잘 보고 계시면 아 이게 이런 소리였구나... 하시긴 하실 겁니다.

여튼 그래서 경상도 동남부가 전부 다 산자락인데, 경주에서 울산 가는 길은 평지로 길이 반듯하게 나 있습니다. 경주에서 울산 가는 그 길목에는 불국사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게 다 신라의 메인 스트리트, 경부고속도로였다 보시면 될 겁니다. 동남쪽 구석탱이에 숨어있는 경주는 울산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습니다. 경주에서 북쪽으로는 포항까지 평지가 쬐끔 있져.. 포항도 북쪽으로 나가는 관문이었습니다. 이 길을 통해서 신라는 강원도 동쪽 해안가(관동지방)에 세력을 뻗쳤습니다. 지금도 강원도 관서와 관동은 완전히 다르져... 관동에는 신라의 불교 문화와 유적(양양 낙산사 등)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북쪽 양양부터 남쪽 울산까지 쭉 길게, 동해안은 같은 신라 문화를 공유했더랬습니다.

경주의 위상은 고려 몽골 침입기 정도까지 유지됐습니다. 고려 초기 3경에 경주가 들어갔고, 경상도(경주, 상주) 라는 명칭이 생긴 것도 고려 초기였습니다. 그때야 머 이전 국가였던 신라 수도였으니까.. 경주가 쇠퇴한건 몽골 침입(1200년대)때 거하게 다 태워먹고,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낙동강을 중요한 교통로로 쓰면서 경주는 머 콩라인이 되어버렸댔습니다.. 울산에서는 말이나 키우고 고래나 좀 잡고.. 임진왜란 때 잠시 나타나는데 일본애들이 밀리면서도 여기는 안 내주려고 왜성도 쌓고 하면서 저항했는데 머 불가능한 야심이었죠.


잊혀졌던 울산은 일제시대 들어와서 다시 주목받는데, 당시 내지인 일본과의 접근성 때문이었습니다. 일제는 1930년대에 울산을 이미 중화학공업 단지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설계도랑 다 뽑아놓고... 공사 요이 땅 하려는데 태평양전쟁 터지면서 무산됐습니다만 울산의 공업단지 계획은 한국에서 그대로 이어져 1950년대 삼양사의 설탕공장이 울산 공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삼양사야 지금 와서 보면 전라도 대표기업이 되어버렸고 JB지주 최대주주로 계시는데.. 시작이 울산 제당공장이라니 아이러니합니다.. 비슷한 때에 삼성 제일제당은 부산 제당공장을 지었는데, 한국 공업화의 시작은 수입품의 국산화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여튼 지금은 자동차 금속 조선 석유화학이 몰려있는 한국의 대표 산업단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자료에서 원화가치와 제조업 역량과 글로벌 시장 접근성 셋이 잇다면 이 나라는 혁신이 잘 되지는 않더라도 위기는 면하고 산다, 라고 썼는데 여튼 캐파와 낮은 고정비 단가로 벌어먹고 사는 울산 되시겠습니다.


3. 부산의 지리와 역사: 동래, 부산, 해운대

부산으로 넘어가봅시다. 부산은 사실 북쪽 내륙지방인 동래현과 남쪽 항구 지방인 부산포가 합해진 도시입니다. 원래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은 동래현에 살았습니다. 지금도 동래구에는 동래읍성과 동래부 관아가 남아있고, 지금도 온천천 따라서 많은 부산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부산역 근처인 부산포, 초량동 머 이런데는 사실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 개발한 항구입니다.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항은 개항되었고 일본인들이 들어와서 항구를 접수했습니다. 경부선 철도를 여기까기 깔았습니다. 부산항은 일본에 들어가는 입구이자 조선의 출구가 되었고 항구 맞은편 영도에는 조선소가 들어섰습니다.

부산이 원래 태백산맥의 마지막 끝이 바다에서 만나는 곳이라 산이 높고 터가 좁아서 사람 살기 어려운 곳인데, 그 어려운 곳에 사람들이 들어앉아 살았습니다. 625 전쟁때에는 그 많은 피난민들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살았습니다.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 팔고, 국제시장에서 밀수품 팔고, 영도 깡깡이마을에서 배 녹슨거 떼어가며(깡깡이질)하고 동네방네 제첩국 팔면서 부산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동래와 부산이 만나는 지역인 진구(부산진구라고 하면 외지인임)의 서면이 도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사실 하천(동천)을 복개한 거리입니다. 현지인들은 서면이라고 안하고 쓰면이라고 하는거 같습디다만... 국밥먹으려면 쓰면 가면 되구여..

90년대 이후에는 해운대가 택지로 개발되어 중동 신도시에 마리나에... 머 서울사람 울고 갈 부동산 견적 나오니까는 거기 가서는 한번 놀라고 오심 될 것 같습니다.


4. 부산의 변화: 산업은 서쪽으로, 레져는 동쪽으로

평지가 거의 없으니 부동산 개발이 빈부격차를 키우는 요인이 되는거 같구요. 한국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큰 지역이 부산이 아닐까 합니다. 해운대는 홍콩, 싱가폴 같은 느낌이 나는데, 사하 영도 중구는 머.. 답답합니다.
       
땅이 좁으니 부동산 개발이 중요해집니다. 산업은 서쪽으로, 레져/부동산 개발은 동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서쪽에는 부산신항만이 생기고 녹산단지 등 중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김해, 창원, 거제 산업단지와도 연계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배후도시인 김해 장유에는 젊은 층의 유입이 많고 경상도 내 민주당의 거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동쪽은 리조트 지역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해운대야 뭐 엘시티로 개발의 정점을 찍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송정, 오시리아쪽이 개발 중입니다. 바다에서 놀기는 역시 동해안.. 인거 같은데 동해안의 남쪽 끝을 버려두기는 아깝죠. 부산의 개깡촌이었던 기장군은 오시리아라는 이름으로(부산은 지역명 이상하게 짓기로 유명합니다. 괘법르네시떼라던지..) 개발 중인데, 롯데아울렛에 롯데월드에 힐튼호텔 아난티 뭐 별거별거 다 들어오는 중이고 이제는 주변 2대도시 부산 울산에서 전철이 뚫렸습니다. 전철 타고 잼민이들 엄청 놀러옵니다.

서쪽은 산업, 동쪽은 레져면 가운데 부분은 어떨지... 재개발하거나 낙후되거나.. 둘 중 하나인거 같구요. 서면 전포동 까페거리는 잘 돼서 난리, 일부 살만한 곳은 재개발재건축, 남쪽으로 갈 수록 답 안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5. 도시국가가 되어가는 한국

한국은 여튼 도시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5천만 인구중 서울/경기에 50%가 살아요. 지난번에 평택/안산/시흥에 동남권 산업단지가 다 옮겨오고 있다 말씀드렸는데 역시 동남권의 쇠퇴는 막을 수 없지 싶습니다. 산업은 빠져나가고 관광은 늘어납니다. 송정, 기장은 1000년 전과 마찬가지로 강릉, 속초와 닮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수도권 외에 남는 지역이 있다면 아마 앞서 언급한 동남권 지역, 청주/세종/대전 이들 2개 광역지역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역 문화가 잘 살아남아 줬으면 합니다. 한맺힌 전라도와는 달리 붓싼에는 서울에 지지 않는다는 유쾌함과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죽어라 야구하는 해태 타이거즈와는 달리, 롯데는 못하면 욕먹고, 마 치와뿌려라, 하고.. 그러다가도 내일 다시 응원하고 그렇습니다ㅎㅎㅎ

2022년 5월 2일 월요일

경기남부 탐방

<경기남부 탐방>


저는 어제 경기남부/충남북부 1호선 구역, 오산-평택-천안 라인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주요 거주지역과 상업지역을 보고 왔어요.
사실 여기가 디게 중요한 지역입니다 지정학이든 산업이든 여러모로... 어제 한 3만 보 걸은거 같네여

1호선을 따라 북에서부터 남으로
송탄 (미군 공군기지)
평택고덕 (삼성반도체, 고덕신도시)
평택지제/구 평택
평택 험프리스 미군부대가 있고
그 남쪽에 천안/천안불당(삼성SDI)/탕정(삼성디스플레이) 가 있습니다.


1) 오산-평택-천안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이면 미군 공군기지와 육군기지가 여기 있겠습니까.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서방세계의 대 중국 최전방이자, 최대규모 기지입니다. 대만에 있던 미군은 1980년대 미중수교와 함께 철수했죠.

평택/오산에 미군이 많은 것 같지만, 개항기부터 인천과 함께 청나라 산동상인이 많이 들어와 송탄땡땡 등 이름난 짬뽕집도 많고, 지금도 평택항으로 중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구시가지에는 중국어도 많이 들립니다. 간판에는 영어/중국어/한국어 셋 다 써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애초에 중국과의 접근성과, 한반도 내의 위치 때문에 고대부터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과거 신라시대 이 근처에는 당항성이 있었습니다. 신라가 당나라와 연락하던 전진기지였습니다. 백제는 의자왕때 당항성 점령 직전까지 갔는데 당나라의 경고를 받고 철수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시대는 한강-새재-낙동강의 하운 교통로가 더 중요해진터라, 임진왜란 때 새재를 넘어서 충주 탄금대에서 막느냐 못막느냐가 중요한 싸움이 되었습니다만, 정유재란때 직산 전투(천안)에서 충청도에서 경기도로 넘어오는 왜군을 막은 적이 있고,

청일전쟁때 청군이 여기에 상륙했고 일본 청군의 중요 전투인 성환 전투도 천안에서 벌어졌습니다. 6.25때 미군이 첫번째 저항을 시도했던 곳도 오산입니다.

서쪽은 아산만 바다가 깊이 들어와있고, 동쪽은 안성쪽 산지가 시작되니까, 경기도에서 충청도로 넘어가는 목줄과 같은 곳이 됩니다. 모든 남북 교통로가 산을 타거나 바다를 건너기 싫으면 여기를 지나가야 합니다. 이 곳에는 52년부터 미군 공군이 주둔했고, 지금은 미군 육군까지 여기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한국 해군기지도 있습니다. 수도권의 목줄인 동시에 중국본토와는 50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2) 평택 고덕/천안 불당 퐁퐁

요즘 신도시들은 단지 진짜 잘 지어놓더라구요. 단지와 단지 사이에 길쭉하게 (차가 안다니는) 공원을 꼭 둡니다. 그 사이에 학교도 끼워넣고.. 발코니도 공원쪽으로 다 냈더라구요. 평택고덕/지제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지어지고 있고, SRT 정차에 KTX도 설 것 같고.. 인구 한 3-40만까지는 계획하는거 같더군요. 천안아산역 바로 근처의 천안 불당은 수도권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도시계획은 아주 잘 되어 있고, 일자리는 주변 삼성탕정과 천안 디스플레이/SDI가 있어서 살 만 해 보였습니다.

서울에서도 한강의 메리트를 계속 얘기하지만, 한강보다는 사실 삶에 더 만족을 주는 것은 공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야 뭐 녹지가 잘 없으니 한강둔치를 끼고 있는 강을 얘기하기도 하겠지만...

요새 인터넷에서는 '퐁퐁남' 밈이 핫하져... 돈 벌어와바야 와이프한테 다 털리는 불쌍한 남편 컨셉.. 머 저는 그게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20세기의 가족구조를 가지고 21세기의 사고방식으로 살려니까 다 힘든거 아닌가.. 21세기에 결혼 전에 누구를 좀 만나면 어떻습니까. 예전처럼 애 대충 적당히 키울 수도 없고 교육은 그래도 21세기에 맞게 시켜야겠지... 여성의 사고방식은 21세기 수준이라 독박집안일은 싫지.. 여튼 다들 사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퐁퐁이 주요 거주지역이 동탄, 평택, 천안 머 이런 곳인데 근처에 삼성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나 머 그 비슷한 주요 IT HW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산업단지 근처에서는 여전히 20C의 가족구조가 유지됩니다.


3) 중요해지는 경기서남부

여튼 한국의 헤비 인더스트리는 인천부터 안산시흥 화성평택을 거쳐 아산당진까지, 시화호 아산만을 중심으로 재정착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수도권의 인력풀과 인프라를 이용할 수도 있겠구요. 그 만큼 부울경은 메리트가 없어지겠습니다.

교통인프라도 경부축을 잇는 식으로 00년대까지는 진행되었는데, 이제는 경기서남부 산업지역도 지원이 꽤 있을 걸로 생각이 됩니다. 철도든 고속도로든... 이쪽으로 많이 갑니다. KTX인천에 신안산선에 여러 고속도로들.. 이 지역에 외노자 유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국 저학력 남성의 위치도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튼 이 동네는 계속 중요해질 겁니다. 한국에서 서울/판교와 같은 첨단산업만 하는건 아니고, 경상남도는 수도권에서 너무 머니까요.

2022년 3월 6일 일요일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주말에는 예측 방법에 관한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저도 틀렸지만 저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가 러시아를 감청하고 있던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전격 침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침공 예측
사실 저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상황이 심상찮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그 지역과 역사와 문화와 지정학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월에 제가 내린 판단은 1)이제 와서 푸틴이 진격하는것은 큰 손해, 2)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감정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미련을 버리기 어려운 곳 => 그래서 결론은 돈바스 정도까지만 합병하고, 나머지는 욕심나지만 '다음 번'의 숙제로 미룰 것, 이라고 예상했고, 높은 확률을 부여했습니다. 어쩌면 72세의 푸틴에게 '다음 번' 이라는 선택지는 없다는 것을 간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중국은 무섭죠..

- 테틀록
예측에 대한 여러 책을 읽다가, 저는 테틀록이라는 사람이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틀록은 와튼 스쿨 교수인데 예측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그의 책 [슈퍼 예측]은 이쪽 관련해서 읽은 책 중 제일 괜찮지 싶습니다. 책의 공동 저자인 댄 가드너도 와튼 스쿨 교수인데, 제자이거나 후배인 것 같더군요. 그도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라는 비슷한 책을 지었습니다.

- 테틀록의 예측법
테틀록은 세상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지만, 예측 가능성이 있는 문제는 예측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커뮤니티를 운영해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전문가를 '고슴도치형'과 '여우형' 으로 구분하는데, 고슴도치형은 이론과 모델이 완벽하고, 자신의 이론과 모델을 통해서 세상을 설명하려는 전문가로서, 학문적인 의미는 있으나 실제 세상일을 예측하는 역량은 떨어진다고 진단합니다.

반면 여우형은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래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잠자리의 눈'과 같이 세상 모든 일에 눈을 부릅뜨고 뉴스를 수집하며, '페르마' 처럼 문제를 분해하고 경중을 따져 수치화하고 업데이트하여 확률을 조금씩 좁혀나가는 그런 스타일의 예측가를 말하고, 이런 방법은 분명 어느 정도까지는 워킹하는 것 같습니다.

- 베이즈 프로세스
기준율(base rate)를 일단 머리 속에 넣어두고, 뉴스와 확률을 업데이트 해 가면서 예측하는 것이 인간의 사고 판단 방식인데, 이것을 베이즈 프로세스라고도 부릅니다. 계속 정보를 업데이트 해 가는게 통계학자 베이즈(Bayes)가 제시한 확률론적 방법이라서요. 여기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1) 기준율(base rate)를 잘 세우는 것: 애초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닐지, 사고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를 결정하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폭락 가능성은, 실제로 나타난다면 매우 우려스럽지만 자주 일어나지는 않기에 base rate는 낮게 시작해야 맞겠습니다.

2) 대표성과 보수주의의 문제: 그럴듯한 스토리는 가능성은 낮으나 사람들은 높은 확률을 부여하는 반면(대표성), 확률 가중치는 높게 주어야 하지만 이전에 대비해서 큰 변화가 없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예측에 별로 반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 월 고용지표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까지 대단치는 않은 반면, 연준의 시장 판단이 조금 변한다면, 그 폭이 크지는 않더라도 이건 의미있게 반영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거죠.

3) 나비효과: 올해 나비효과... 라는걸 정말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뭐가 조금 바뀌면 이게 미래를 다 바꿔버리는 것 같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마음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예측이란게 작동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으로요. 여기에다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개인투자자들이 더 많아져서 그런지 복잡계 물리학적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게 더 워킹하는거 같은데, 뭐가 조금 문제가 생기면 각 구성원들에 피드백이 먹히면서 뉴스가 증폭되고 반응은 과잉되고.. 바로바로 추세반전을 얘기하는것도 금물이다.. 그런 판단이 듭니다.

4) 휴리스틱과 신중한 판단: 인간에게는 침착하게 천천히 추론하는 사고방식과, 대충 후딱 결론내리는(휴리스틱의) 사고체계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고 하죠. 휴리스틱이 빠른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교한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트레이딩에는 도움되겠지만, 지금 내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래를 예측할 때는 사고체계를 재점검해야 하겠습니다.

- 예측에 대한 노력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고, 예측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을 통해 그 범위를 좁혀나갈 수 있고, 확신의 정도에 따라 확률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노력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예측하고, 피드백하고, 확률을 높여가 보겠습니다. 책에 대한 얘기도, 예측에 대한 얘기도 할 말이 더 많지만.. 글이 늘어지니 여기서 줄여야 할 것 같네요. 궁금하신 분은 제가 책을 더 추천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월 16일 일요일

영어의 근원을 찾아

 <영어의 근원을 찾아>


토요일에는 [영어의 힘]을 읽었습니다. 한국어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것은 우리말 어떤 것은 한자어로부터(일부는 오랜 중국어로부터, 일부는 근대적 개념을 한자화한 일본어)로부터 왔다는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영어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라틴/그리스/프랑스의 뭔가 문화 발달한 동네에서 건너온 로망스계 어원과 순우리말 같은 색슨 노르만의 게르만계어원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원을 찾아가면, 동아시아의 문자문명을 거슬러 올라가면 갑골문이 있는것 처럼, 인도-유럽에는 로망스계와 게르만게의 저 위에 산 스크리트어와 고대 인도유러피언 어원이 있습니다.

영어에서 왜 유사동의어(almost synonym)을 중시하는가? 이는 게르만-노르만 기반 단어와 프랑스-로만 기반 단어가 공존하면서 다른 의미로 분화되었고, 이 덕에 미묘한 개념의 차이를 적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guarantee, warranty의 비슷한 두 단어가 있고, 둘 다 쓰이는 이유는, 앞의 것은 나중에 들어온 프랑스어 기반, 뒤의 것은 원래 있던 게르만어 기반인데, 약간의 뉘앙스 차이를 살려 영어에 둘 다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두 단어 모두 산 스크리트어원인 *wer (to cover)에 그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문법의 변화도 재미있습니다. 영어는 원래 라틴어와 같이 어미 변화로 성 수 시제 격을 나타내는 언어였지만, 라틴어적 경험이 없는 데인로 인들은 어미변화가 어렵고 개빡쳐서 전치사를 만들고 어순에 의미를 부여해서 앵글로인들에 전파... 라틴어의 격변화가 얼마나 개빡치는가. 지금의 독일어도 대단히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영어의 전치사는 혁명이었습니다. 전치사를 던지고 새로운 단어를 추가해서, 라틴어처럼 머리를 굴리지 않고도 영어 문장은 계속 설명을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재미로 하고 있지만, 혹시 본인의 어휘를 고급지게 레벨업 하고 싶으시다면 도전해보실 만 합니다. 저는 영어로 말은 잘 못하고 읽는것도 꽤 느린 편이긴 합니다. 그래도 [Word power made easy] 떼는데 반년 정도 걸렸습니다. 

흑사병과 인플레이션

 <흑사병과 인플레이션>


여러 역사책들을 뒤적뒤적 해 보면서... 사실 흑사병과 그 이후의 인플레이션, 농민 반란을 생각해보면 이번의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아예 예측 못할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의 사례를 찾아보면 도시는 사람들이 텅텅 비었고, 농민들은 일하기를 거부하고 신분 상승을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곡물가격은 흑사병 발병 이전부터 올라 있었는데 인구가 증가한 반면 기근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근이 흑사병의 확산에 일조했습니다.

1300-1350의 인플레이션은 흑사병으로부터의 공급 차질 때문이었고, 1550의 인플레이션은 신대륙 은의 유입으로 인한 화폐적 현상이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CPI상승은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차질과 과도한 재정정책으로 인한 수요가 만나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면 자산가격 폭등은 1550년과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800년 경의 인플레이션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때문에, 191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1차대전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196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인위적인 통화, 재정적 지출이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맞물리면서 근로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했습니다. 달러가 금본위제를 포기하기도 했구요.

흑사병 이후 인플레이션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서 수요도 감소했고, 살아남은 농노들의 지위는 개선되었으며, 사람들이 다시 농사를 지으러 가면서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흑사병이 초래한 사회적 변동은, 귀족의 약화와 도시민의 성장을 불러와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1600년대에는 가격은 계속 상승했으나 아직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당시 사람들 입장에서 임금은 그렇게 빨리 상승하지 못했고, 이는 지방 대지주의 토지가치 상승과 도시 장인이 만드는 상공업제품 가격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1600년대의 물가상승은, 당시의 '양적완화' 였던 신대륙발 은 수송용 갤리온 함대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게 된 1600년대 후반에 가서야 정상화됩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여튼 역사는 사람들이 다시 일터에 돌아가고, 양적완화가 중단된다면 물가가 안정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연경, 북경, 베이징>

 <연경, 북경, 베이징> 1. 북경 현황 - 맑은 공기, 남아도는 젊은 인력, 외국인 관광객 없음 지난 주말 금토일 잠시 중국 북경에 다녀왔습니다. 남중국은 가끔이지만 북경은 25년만이었어요. 북경을 자주 다녀온게 아니기 때문에 hi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