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LG생명과학 인수와 화학 업계 개편 현황
18 Sep, 2016
LG화학, 계열사 LG생명과학 인수 발표
지난 12일 LG화학은 제약, 바이오 부문 계열사인 LG생명과학
인수 계획을 발표하였다.
합병
방식은 LG화학의
시가총액 규모(16조원)가 LG생명과학(1.1조원)의 10배
이상인 관계로 소규모 합병의 형태로 진행되며, 따라서 LG화학에서는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가능하다.
LG생명과학의
주주통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고,
기존
주주의 매수청구권 행사가 무리없이 진행된다면 2017년 초 합병은 완료된다.
LG생명과학은
2002년 LG그룹의
화학부문 지주회사였던 LG
CI로부터
분사한 이래 10여년 만에
다시 옛 회사로 돌아가는 셈이다.
LG화학은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바이오 산업에서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바이오 산업은 크게 의료 및 제약과 관련된 레드
바이오,
농업
화학과 관련된 그린 바이오, 환경 및 에너지와 관련된 화이트 바이오의 3개 분야로 구분된다.
LG화학은
연초 인수한 동부팜한농을 통해
그린 바이오 사업을,
새로
인수한 LG생명과학을
통해 레드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회사를 바이오사업부로 개편하여 2025년 바이오사업부
매출을 5조원까지(그린 3조원,
레드 2조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팜한농과 LG생명과학의
1조원
매출을 3조원까지
성장시키고,
2조원
매출은 추가 M&A를
통해 확보할 것이다.
당 합병은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과
LG생명과학
양 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산업에 필연적인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이 최근 다소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LG화학은
에너지(전지),
물(수처리 필터),
바이오를 향후
성장의 3대축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LG생명과학은 LG화학의 재무적 역량을 통해 R&D
투자
여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LG생명과학은 R&D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시급했으나 회사의 재무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LG생명과학은
과거 5년간 R&D
및
시설투자 금액을 연평균 약 1,300억원 수준으로 집행하였으며, 인수
이후 3,000~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의 연간 EBITDA는 3조원
수준으로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 R&D 비용은 신약 개발 위주로 지출될 것이고 국내임상 및
초기단계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개발비용이 공격적으로 집행될 계획이다. 기존 R&D 비용
중 신약개발 비용은 100억
수준으로 적은 편이었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투자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설비 투자를 통해 바이오 시밀러를 대량
생산하는 삼성의 방식보다는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독일 제약회사 식의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농업 화학 기업들의 M&A와 국내 회사의 설비투자
지난 14일, 독일의 제약 및 화학회사인 Bayer은 660억
달러에 미국 최대의 농업화학, 종자 업체인 Monsanto를
인수하였다.
GMO(유전자
변형식물)로
유명한 Monsanto는
종자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26%)을
차지하는 기업이고,
제약과
농업 화학의 2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Bayer은
살충제 관련 산업에 강점을 가진 회사이다. 합병 이후 Bayer은 세계 최대 종자회사이자 농작물 관련 생명공학업계의 1위
업체가 된다.
올 연초에는 중국의 ChemChina가
스위스의 농업화학회사인 Synzenta를 인수한 바가 있다. 또한
미국의 화학 1,
2위
업체인 Dow
Chemical과 DuPont은
지난 해 12월
이후 합병을 발표,
현재 EU의
반독점 심사 등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양 사는 석유화학업 뿐 아니라 살충제,
종자
등 농업 부문에서도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Monsanto, Syngenta,
Bayer, DuPont, Dow Chemical, BASF의 Big 6개 글로벌 회사들이 종자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를 계기로 농업화학의 Big 6 회사가
4개로
줄어든다.
종자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중이다.
한편, 국내 정유화학 회사의 상당수는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설비 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으나,
S-Oil은
고유황 잔사유를
휘발유 및 폴리프로필렌,
프로필렌 옥사이드 등
화학제품으로 변환하는 RUC/ODC
프로젝트에
5조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파라자일렌 및 기존 정제설비의 규모 확대 및 바틀넥킹을
해소하는 슈퍼프로젝트에 5천억원 이상 투자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ECC(에틸렌 크래커) 투자 및 현대오일뱅크와 컨덴세이트 스플리터(경질유
정제설비)
투자에
나서 Feedstock(화학
원료)을
다변화해 범용화학에 치우쳐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축소할 계획이다. 대한유화는
NCC(납사
크래커)
설비
증설이 예정되어 있고, 한화는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 이후 내실을 기하며 자회사 큐셀을 통해 태양광 모듈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시장의 부정적 반응과 LG화학의 비전
LG화학은 합병 이후 사업부를 개편하여 기존 석유화학 사업부는 범용
제품의 비중은 줄이고 스페셜티
제품을 늘려 시황 변동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향상시켜 Cash cow의
위치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정보전자, 전지 부문은 통합 운영하여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며, 바이오
부문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현재 3~4개 수준에서 대폭 늘리고,
농업화학
부문은 기존 정밀화학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합병
가능성이 보도된 9월 6일
이후 주가는 11%
하락하였다. 시장에서는 기존
화학 사업부 외 배터리,
전기전자소재
사업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온 상황에서 바이오 사업 다각화가 R&D 비용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시키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새
성장동력과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LG화학의 비전은 매력적이지만, 파이프라인 검증 등이 필요하여,
바이오 부문의 추가 비용 투자 가능성과 의약품 상업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장기적으로 BASF와 Bayer과
같이 농업화학,
제약
및 석유화학을 아우르는 안정된 포트폴리오와 높은 기술력을 가진 화학회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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