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9일 목요일

[독서 정리] 조용한 혁명 북클럽 후기


[조용한 혁명, 성희엽 저] 북클럽 후기

1.
제가 D사에 신입사원으로 채용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회사는 신입사원들에게 료마의 행적을 따라가는 역사기행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교토 - 오사카에서 - 배를 타고 세토나이카이를 지나 - 시모노세키 - 나가사키 - 구마모토로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9년 전 일입니다. 요즘 경기 같아선 대기업이라도 엄두도 안 날 일인거 같습니다만, 덕분에 저는 교토의 료마 암살 지점, 야마구치현의 요시다 쇼인 학당, 나가사키의 료마의 길과 미쓰비시 조선소 등 일본 근대화에 관련된 여러 장소들을 두루 둘러보고 왔습니다.

2.
그 때 저는 사실 료마에 대해 잘 몰랐었습니다.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지식도 상식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해외여행에 경험도 많지 않았었습니다. 그 여행을 계기로 저는 세상에 대한 눈이 띄이고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근대화 혁명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다보니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갈 수밖에 없더군요.

3.
그리고 나중에 아내와 나가사키에 또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나가사키에는 료마의 길이라는 적당히 높은 언덕을 올라가는 좁은 길이 있습니다. 언덕의 정상에는 료마의 동상이 있습니다. 동상은 나가사키항 맞은 편을 보고 있고, 거기에는 일본 근대화와 해군력의 상징인 미쓰비시 조선소(1900년 설립)가 있습니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상사는 창립 당시부터 료마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는 난학의 상징인 데지마 섬과 차이나타운, 그리고 근대화를 상징하는 언덕인 오우라공원도 있습니다. 에도시대 난학의 역사와 교역의 흔적이 남아있고, 천주교회가 있고, 개항 이후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사쓰마에 무기를 수출하기도 했던 토마스 글로버의 저택도 볼 수 있었습니다.

1500년 이전까지는 중국, 조선과의 교역 거점인 후쿠오카(하카타)가 가장 중요한 대외 교역도시였습니다. 이후 네덜란드와의 교역으로 중요해진 나가사키는 난학을 태동시켰고 료마의 활동지였으며 미쓰비시 그룹이 일어선 곳이 되었습니다. 1900년 일본의 가장 중요한 항구였던 나가사키에는 손문도 망명을 왔고 서양문물을 배우러 온 중국인들로 인해 짬뽕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군수공업도시였던 나가사키는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산업적으로는 쇠락하였으나 여전히 조선소는 돌아가고 있고 도시의 낡은 트램은 관광객을 실어나르며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4.
일본의 근대화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을 때 1) 어떻게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하게 되었을까, 2) 왜 쇼와때 들어 폭주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심자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일 겁니다. 폭주하게 된 것은 러일전쟁 이후일까? 1910일까? 1930 중일전쟁 이후일까? 1940 태평양전쟁 이후일까? 어떤 일이 발생했더라면 군부의 폭주를 막을 수 있었을까? 초기에는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공부했습니다만, 점점 어리석은 질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박정희는 유신 이전에는 멀쩡했는데 이후에 파멸했는가? 이런 류의 의문과 맥락이 같지 않나 싶어서요. 굳이 파멸의 원인을 찾아내어야 할까? 근대화와 부국강병과 침략전쟁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꼭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근대화를 이해해야 할까?

5.
이제는 그냥 그 나라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으로서, 혹은 세계인으로서 전후의 일본과 지금 일본을 살아가는 일본인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인들은 일제시대 이전 일본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강의 때 말씀해 주신 대로 전후의 일본에 대해서는 너무 모릅니다.

어린 시절 조총련 방한 공연을 보러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였던것 같아요. 한일 우호를 다지고 남북한의 갈등을 해소하자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김대중대통령 때네요. 그럴 법 하네요.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장소인 평화공원에도 일본 진보세력의 반성과 조총련의 추모비가 있습니다.

계속 에도시대 메이지시대 쇼와시대를 다룬 여러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많이 된 분야이고 가까운 나라라 그런지 좋은 책과 번역서들이 많습니다. 조용한 혁명도 그 중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책입니다.

아직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도 역사소설이라는 이유로 미루다보니 읽지 못했고.. 전후의 상황을 묘사한 패배를 껴안고 라는 책도 읽고 싶은데 절판이라 도통 구할 수가 없네요. 아직 저의 이해는 깊지 않고, 특히 전후의 일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이해하고 싶은 것은 많습니다. 즐겁게 글을 읽고 생각하고 가까우니 방문도 해 보고 친구도 사귈 생각입니다. 상대를 이해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마지막 건 조금 어려울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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