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9일 토요일

4.29. 2017. 노동의 가치와 노동시장

오전에 용달 기사님 한 분을 불러서 피아노와 책을 날랐다. 차를 타고 오는 길에 김정은 개새끼 트럼프 미친놈 한국은 핵무장 해야 한다 하는 아무말을 서로 나누면서 좀 친해졌다. 생각보다 일을 더 많이 시킨 것 같았고 일을 마치고 1만원 더 집어드렸다.

한국의 육체노동자들은 인구, 경제 구조적으로 보상을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외인 노동자의 유입을 확대한 정책은 이를 조장한다. 반면 그가 호주에서 태어났더라면 광산 일을 하면서 높은 보수를 받았을 것이다. 호주는 육체노동자가 지식노동자보다 더 번다.

이러한 보상의 차이는 결국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귀결된다.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노동의 가격, 즉 임금과 보상을 결정한다. 어떤 나라에 태어나느냐, 어느 때에 태어났느냐, 또 어떤 경로를 거쳐 기술을 학습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참여하는 노동시장의 수급 상황은 운때에 달려 있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보상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나는 재물에 대해 조금 더 초연해지게 되었다. 낮은 보수를 받는 인도의 육체노동자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인도에서 태어난 것 뿐이다. 힌두교를 믿을 법도 하다.

노동에 대한 보상의 정도가 다른 것은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이 한정되어 있고, 공급의 이동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언어와 제도의 문제로 국경을 쉽게 넘기 어렵고,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는 없으며, 기술은 젊은 시절의 학습경로에 의존한다.

공급의 이동이 막혀 있기 때문에 운때가 맞았건 수요가 터졌건 어떤 시장에서 노동의 공급은 타이트해지고, 그 분야의 노동시장에서 공급자들은 더 많은 보상을 누리게 된다.

한편, 어느 개별 시장에서 공급자가 돈을 더 벌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그 공급자가 얼마나 더 탁월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상당수의 기업은 간신히 영업이익률이 손익 분기점 수준이 나와서 명맥을 잇는 정도지만 비용효율적이거나 가격차별화가 가능한 기업은 동 기간에 높은 영업이익률을 확보하는 것처럼, 같은 일에 종사한다 해도 경쟁 노동 시장이라면 누구는 좀 더 탁월했건 운이 좋았건 추가 보상을 받는다. 반면 평범한 사람은 평범한 수준 이상의 보상을 받기 어렵다

탁월성의 정도가 보상 규모의 차이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느냐 하는 점은 노동시장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경우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고 탁월한 1등이 성과를 독식하는 반면 공장 노동자의 경우는 다들 비슷비슷한 보상을 받는다.

요약하면, 내가 어떤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국적과, 운때와, 젊은 날의 경로가 결정한다. 그 노동시장에서 내가 얼마나 벌 수 있는가는 나의 탁월성이 결정한다. 그 탁월성이 보상의 차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노동시장 수요의 성격이 결정한다. 따라서, 저임금 육체노동자는 의외로 죄가 없다. 그는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건이 같다면, 그 노동시장 안에서 그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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