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9일 일요일

광동성 얘기

광동성 얘기


1)
이번에는 중국 광동성, 주강 삼각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생각해보니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얘기는 많이 했는데 중국 얘기는 별로 안했더라구여... 의외겠지만 제가 가장 많이 다녀온 곳은 중국이고 한문도 중국어도 조금 할 수 있습니다. 광동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지리만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글 위성지도 켜 두고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겁니다. 

광동성은 중국의 가장 남쪽 해안지역에 있습니다. 광동 동쪽도 해안이 이어지는 복건성인데, 복건성은 그야말로 산이 90%인 지역이라 인구가 적고 사람들은 애초부터 바다에 나가 화교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중국 내에서 영향력은 적습니다. 

주강은 광저우 시에서 북쪽으로는 북강, 서쪽으로는 서강, 동쪽으로는 동강... 으로 분리됩니다. -ㅅ-;;; 애초에 북 서 동에서 물길이 내려와서 광저우 시 근처에서 만난거죠. 서강은 길게 이어져 티벳 고원까지 가는데 반해 사실 역사적 중요도는 떨어지고, 북강 동강은 강은 짧습니다.

서강이 흐르는 광동 서쪽은 광서, 귀주인데 전통적으로 중국인, 한인이라 부르기 어려운 민족의 공간이었습니다. 역사/문화적으로는 중국이 아닙니다. 

동강을 따라가면 동관, 혜주가 나오고 여기는 역사적으로는 별볼 일 없는 곳이었지만 개혁개방 이후 IT 하드웨어 제조업이 들어선 장소가 되었습니다.

광동 북쪽으로는 호남성(후난 성)... 한나라때 지역으로는 형주 남부 되시겠고 호남의 가장 중요한 도시는 장사(창사 시)... 황충나오는 그 장사군이 맞습니다. 광동 동북으로는 강서성(장시성)이 있는데 산동네의 좁은 산길, 물길을 통해서 파양 호를 지나 장강(양자강)을 거쳐 남경, 상해로 연결됩니다. 이 얘기는 뒤에 하시죠..

2)
여튼 광동으로 돌아가보면, 광동도 완전 산지인데 주강(pearl river) 하구에만 딱 삼각주가 있습니다. 그 삼각주 한가운데에 광주(광저우) 시가 있고, 주강 삼각주의 동쪽 연안으로 동관 시(둥관), 션전 시(심천)을 거쳐 홍콩까지 내려오는 루트가 메인입니다. 수 년 전에 션전에서 광주까지 고속열차 타고 간 적이 있는데 1시간 안 걸렸던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광저우에서 홍콩 구룡까지 고속철도가 바로 이어집니다. 

션전은 12년쯤 전에 갔을때는 이게 뭔 보따리장사 시골인가... 홍콩에서 물건 떼와서 팔고 IT 조잡한 것들 만들어서 보내는 촌구석 같았는데 코로나 직전년에 갔을 떄는 휘둥그레질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홍콩의 배후도시라는 잇점, 서양과의 교류가 가장 가까운 중국의 도시라는 잇점, 따뜻한 기후, 제도적 지원 등이 한 몫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중심도시가 상해가 될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답은 제조업보다는 IT였는지 션전이 훨씬 더 성공했습니다. 

션젼 북쪽의 둥관 시... 에서 주강은 동쪽으로 동강... 이 됩니다. 강을 따라 동쪽으로 더 가면 혜주 시(후이저우), 하원 시(허위안)로 연결됩니다. 동관 혜주는 IT 하드웨어쪽 하신 분은 들어보셨을거에요. IT 부품들... 온갖 잡스러운 부품은 다 동관 혜주에서 만든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모바일폰 기업들도 여기 많이 나가있었다가.. 삼성도 그렇고.. 철수도 하고 그랬죠. 원래 별 거 없던 동네지만 광저우와 심천 사이에서 IT 제조업에 특화되어 급성장한 지역입니다. 

광주는 이와 달리 오래된 동네입니다. 당나라때부터 이슬람-말레이 상인들이 드나들던 곳입니다. 알리바바의 시대, 아랍인들은 페르시아만 - 아라비아해 - 인도 서쪽/동쪽 해안 - 말라카 해협 - 타이 만을 거쳐 광저우까지 왔습니다. 온갖 황당무계한 얘기들이 천일야화에 나올 법 했습니다. 당시 세상의 모든 곳을 다니던 상인은 이슬람 상인이었습니다. 

송때부터는 중국인들도 해외로 나가면서 상인들은 말라카에서 모였고, 명청때도 해금령이 있다가 풀리다가 했는데, 마카오에는 아예 포르투갈인들이 자리깔고 앉았고, 이후 광저우에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상인들이 와서 장사하고 했습니다.

영국인들은 여기에서 도자기를 사고 차를 사고 은을 결제하다가 적자가 나니까 아편을 팔고.. 결국 아편전쟁의 시발점이 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후 홍콩이 영국에 떨어졌고, 중국인은 이를 수치로 여겼지만 오히려 홍콩은 영연방제도를 받아들여 번영했고 이제는 홍콩이 자유를 위해 시위를 벌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3)
광주 서쪽으로는 서강이 흐릅니다. 광저우 서남쪽에 불산 시(포산)가 있습니다. 여기는 황비홍과 엽문의 도시, 무술의 도시입니다. 태평천국 이후에 사실상 반 독립 상태가 되었고, 태평천국군의 후예인 흑기군이 자치를 했던 중심지입니다. 흑기군은 비엣남 군과 연합해 프랑스군을 패퇴시기기도 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쳐맞고 다니는거 보면 중국 무술 자체는 의미없는거 같지만.. 

서강 남쪽으로는 강문 주해를 거쳐 마카오로 이어지는데 동쪽에 비하면 별볼일은 없고, 마카오는 도박만 남아있기는 한데 이건 포르투갈이 먼저 개척하고 먼저 몰락했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의 과격한 해상 십자군과 같은 공격적인 행위는 인도 해로를 최초로 열었으되 결국 이슬람-말레이에 의해 패퇴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 자리는 상업민족 네덜란드, 그리고 그 다음 제국주의의 화신 영국이 받아갑니다. 

최근 마카오/주해와 홍콩/션전 사이에 주강대교가 뚫렸습니다. 예전에는 배 타고 다녔는데.. 

서강은 남녕.. 저 멀리 쿤밍까지 이어집니다. 중국은 수자원, 담수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인구는 많은데 황하가 워낙 똥물이라 그렇지 싶습니다. 하필 인디아동부/동남아/중국에 흘려내려오는 물이 대부분 운귀고원, 티벳고원에서 발원합니다. 중국은 물 욕심 때문에 저기까지 영토 욕심을 낼 것입니다. 

여튼 중화문명 으로서는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곳이었고, 중화문명의 땅이 아니었습니다만 이제는 점점 중요해지는 지역, 중국이 자기 본토로 생각하는 지역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몇년 전 쿤밍에 갔을 떄 초고층건물이 즐비해서 놀랐었습니다.

저는 중국이 동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더 중요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광동 때문입니다. 중국의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북경 / 상해남경 / 주강삼각주 셋을 꼽겠는데 상해남경이 앞서갈 줄 알았더니 주강삼각주가 IT시대에 치고나갑니다. 

정치는 저 북쪽 끝 북경에, 군사는 더 북쪽 심양에 있으나 경제와 기술은 남쪽 끝 주강에 있으니 격차도 크고 멀리 있습니다. 이런 중국이 언제까지 하나로 갈지는 잘 모르겠는데.. 거기까지 예상하기는 좀 어렵고.. 여튼 중국에서 주강 삼각주가 중요해질 수록 남중국해를 포기할 수 없고 남중국해의 9단 도련선을 나름의 정의?로 생각할 겁니다. 동북삼성보다 귀주 광서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덕에 동아시아, 동중국해에서 갈등이 좀 낮아지는게 우리로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4)
광저우 시 북쪽으로는 북강이 있고, 이 강은 소관(사오관)에서 내려옵니다. 소관은 광동의 관문인데 소관에서 서북쪽으로 나가면 헝양 장사 우한으로 해서 징광선이 북경까지 이어집니다. 이는 중국에서 제일 빠른 교통로입니다.

황충의 장사에서 더 북으로 가면 우한이 있는데... 여기 얘기는 다음에 하시죠 후... 전국시대 초나라부터 남북조시대 군사기지를 지나 중화민국 쌍십절 혁명에서 이번 바이러스 사태까지 할 얘기 태산인 도시입니다..

다시 소관을 가 봅시다. 소관에서 동북으로 나가면 감주(간저우)의 감강을 지나 구강 시(주장 시)의 파양호에 다다릅니다. 여기에서 장강과 합류합니다. 예전 중국을 9주로 나누던 시절, 장강에는 중류에 동정호 파양호가 바다처럼 펼쳐저 있었는데 동정호에서는 초나라 굴원이 빠져죽었고, 파양호에서는 주유가 조조의 백만대군과 싸우기 전에 수군을 훈련시켰던 곳입니다만.. 2천년의 세월 동안 퇴적되어 이제는 거진 다 메워진 상황입니다.

파양호에서 경덕진(징더젼)으로 물길이 연결되는데 여기는 중국 명나라 이후로 도자기를 만들던 공장입니다. 신안 앞바다에서 나온 도자기들도 사실 원나라 때 중국 경덕진산 도자기입니다.  여기에서 앞서 말씀드린 루트를 따라서... 소관을 거쳐 광저우로 도자기가 들어갑니다. 명나라때는 백자를 팔았지만 청나라때는 광저우에서 서양인들 취향에 맞게 색깔도 넣고, 알파벳도 쓰고, 귀족가문 문양도 넣고, 성경 구절도 넣고... 고객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유약을 한번 더 발라 구운 후 출하됐습니다. 원래 무역으로 한따까리 하던 동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컨테이너가 가장 많이 출입하는 곳도 바로 여기, 션전항입니다.

<연경, 북경,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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