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6일 일요일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주말에는 예측 방법에 관한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저도 틀렸지만 저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가 러시아를 감청하고 있던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전격 침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침공 예측
사실 저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상황이 심상찮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그 지역과 역사와 문화와 지정학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월에 제가 내린 판단은 1)이제 와서 푸틴이 진격하는것은 큰 손해, 2)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감정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미련을 버리기 어려운 곳 => 그래서 결론은 돈바스 정도까지만 합병하고, 나머지는 욕심나지만 '다음 번'의 숙제로 미룰 것, 이라고 예상했고, 높은 확률을 부여했습니다. 어쩌면 72세의 푸틴에게 '다음 번' 이라는 선택지는 없다는 것을 간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중국은 무섭죠..

- 테틀록
예측에 대한 여러 책을 읽다가, 저는 테틀록이라는 사람이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틀록은 와튼 스쿨 교수인데 예측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그의 책 [슈퍼 예측]은 이쪽 관련해서 읽은 책 중 제일 괜찮지 싶습니다. 책의 공동 저자인 댄 가드너도 와튼 스쿨 교수인데, 제자이거나 후배인 것 같더군요. 그도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라는 비슷한 책을 지었습니다.

- 테틀록의 예측법
테틀록은 세상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지만, 예측 가능성이 있는 문제는 예측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커뮤니티를 운영해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전문가를 '고슴도치형'과 '여우형' 으로 구분하는데, 고슴도치형은 이론과 모델이 완벽하고, 자신의 이론과 모델을 통해서 세상을 설명하려는 전문가로서, 학문적인 의미는 있으나 실제 세상일을 예측하는 역량은 떨어진다고 진단합니다.

반면 여우형은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래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잠자리의 눈'과 같이 세상 모든 일에 눈을 부릅뜨고 뉴스를 수집하며, '페르마' 처럼 문제를 분해하고 경중을 따져 수치화하고 업데이트하여 확률을 조금씩 좁혀나가는 그런 스타일의 예측가를 말하고, 이런 방법은 분명 어느 정도까지는 워킹하는 것 같습니다.

- 베이즈 프로세스
기준율(base rate)를 일단 머리 속에 넣어두고, 뉴스와 확률을 업데이트 해 가면서 예측하는 것이 인간의 사고 판단 방식인데, 이것을 베이즈 프로세스라고도 부릅니다. 계속 정보를 업데이트 해 가는게 통계학자 베이즈(Bayes)가 제시한 확률론적 방법이라서요. 여기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1) 기준율(base rate)를 잘 세우는 것: 애초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닐지, 사고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를 결정하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폭락 가능성은, 실제로 나타난다면 매우 우려스럽지만 자주 일어나지는 않기에 base rate는 낮게 시작해야 맞겠습니다.

2) 대표성과 보수주의의 문제: 그럴듯한 스토리는 가능성은 낮으나 사람들은 높은 확률을 부여하는 반면(대표성), 확률 가중치는 높게 주어야 하지만 이전에 대비해서 큰 변화가 없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예측에 별로 반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 월 고용지표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까지 대단치는 않은 반면, 연준의 시장 판단이 조금 변한다면, 그 폭이 크지는 않더라도 이건 의미있게 반영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거죠.

3) 나비효과: 올해 나비효과... 라는걸 정말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뭐가 조금 바뀌면 이게 미래를 다 바꿔버리는 것 같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마음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예측이란게 작동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으로요. 여기에다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개인투자자들이 더 많아져서 그런지 복잡계 물리학적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게 더 워킹하는거 같은데, 뭐가 조금 문제가 생기면 각 구성원들에 피드백이 먹히면서 뉴스가 증폭되고 반응은 과잉되고.. 바로바로 추세반전을 얘기하는것도 금물이다.. 그런 판단이 듭니다.

4) 휴리스틱과 신중한 판단: 인간에게는 침착하게 천천히 추론하는 사고방식과, 대충 후딱 결론내리는(휴리스틱의) 사고체계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고 하죠. 휴리스틱이 빠른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교한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트레이딩에는 도움되겠지만, 지금 내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래를 예측할 때는 사고체계를 재점검해야 하겠습니다.

- 예측에 대한 노력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고, 예측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을 통해 그 범위를 좁혀나갈 수 있고, 확신의 정도에 따라 확률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노력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예측하고, 피드백하고, 확률을 높여가 보겠습니다. 책에 대한 얘기도, 예측에 대한 얘기도 할 말이 더 많지만.. 글이 늘어지니 여기서 줄여야 할 것 같네요. 궁금하신 분은 제가 책을 더 추천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경, 북경,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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