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8일 월요일

[독서 정리] 경제학의 향연 독서모임 후기

독서모임 후기: 경제학의 향연


1. 경제학의 향연은 제가 대학을 입학한 후 선배에게 처음 추천받은 책입니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추천받은 책이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그 선배는 연세대 경제학과 석사를 거쳐 모 경제 통신사에서 기자를 했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당시에는 제가 이 책을 다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적정 통화량에 대한 설명을 변호사 모임의 베이비시팅 쿠폰 예시로 쉽게 설명해 주었던 것, 그리고 이 책의 집필 의도인 공급경제학에 대한 비판 정도만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으휴 변호사 바보들.. 으휴 신자유주의 우파 꼴통들 쯧쯧.. 이러고서는 책을 덮었습니다.


2. 책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몇 번을 더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소화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왜 책이 새로웠을까요. 물론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이유를 다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3. 사실 대학생때는 경제학을 잘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도 했습니다. 아예 안하기도 했거니와, 여러가지 잡다한 개념들은 배웠으되 세상을 어떻게 재단하는지 그 사용 방법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경제학은 이래서 한계가 많다, 라는 시덥잖은 경제학 비판만 알고 넘어갔습니다.

다행히도, 업계에서 일하면서 경제학에 대해 조금 이해가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버냉키와 옐런 의장, 아베 총리와 드라기 총재, 크루그먼과 서머스는 경제학적 이론적, 경험적 토대 하에서 정책을 논의하고 집행하였습니다. 저는 금융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다시 경제학 교과서를 꺼내들곤 했습니다.


4. 한편으로는 그 동안 세상이 바뀌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공부하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프리드먼의 통화주의와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는 꼭 공부해야만 하는 과제였습니다. 무시무시한 수식으로 무장한 수리경제학은 수식 속에 비밀스런 진리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들은 샤워실의 바보들과 필립스곡선의 오류에 대해 비웃었고 케인즈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큰 정부의 비효율성과 묶어 비판하였습니다.

진보세력은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3의 길을 타협할 뿐이었고, 경제학에서는 기껏해야 메뉴비용 정도의 개념으로 케인즈주의를 방어하려 노력하는 정도였습니다. 당시에 정독했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라는 책에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물가 안정이라고 번듯하게 적혀 있었고, 통화주의와 K rule에 대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세상은 이후와는 꽤 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후 경제학에서는 케인즈주의가 승리하였고, 연준은 디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었습니다.


5. 트레이더 L님을 비롯한 친한 업계 지인들과 스터디를 꾸려나간지 벌써 4년이 되었고, 저희가 가장 열심히 읽은 보고서는 '94-99 연간 모건스탠리의 weekly 자료입니다. 그 기간 동안 미국 경제는 멕시코 경제 위기를 맞았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빠른 금리인상으로 채권 대학살을 겪었고, 이에 따라 경기가 slowdown 하게 되니 연준은 소폭 완화적인 기조로 전환하였습니다. 완화적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클린턴 정부 하에서 new economy의 호황이 누적되어 과열 국면에 들어섰으나 아시아 위기와 LTCM 사태로 연준은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였고, '99년 들어 버블이 본격화되자 연준은 결국 금리를 인상합니다.

여러가지 미숙함과 시차의 문제가 있긴 했으나, 결국 연준은 경기가 나빠지면 빠른 시간 내에(그리고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적합한 방법으로) 출동한다는 것, 그리고 경기가 좋아지면 연준은 금리를 '정상화'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을 실제 역사와 연준의 액션을 통해 이해하였습니다.


6. 경제학의 가장 큰 질문 2가지는 결국 성장과 경기변동으로 수렴한다고 하지요. 성장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못 내고 있습니다. 사실 답을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기변동에 대해서는 인류는 이해의 폭을 넓혔고 어느 정도까지는 답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이제 통화정책은 연준을, 재정정책은 화이트하우스와 의회를 바라보면 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유래없는 재앙을 맞이하여, 통화/재정정책의 부문에서 인류는 이렇게 잘 대응해오고 있으며, 그 결과는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못했는데도 급등한 주가가 말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은 물론 이 책이 말해준 그 기간동안의 치열한 논쟁과 경험을 거쳤기에 비로소 가능했을 것입니다. 경제 번영이라는 것이 참으로 하찮아 보일지라도(peddling), '이 지적 논쟁은 결국 우리의 이해력을 높여 주었으며 결국에는 이 점이 정녕 의미를 가진' 것입니다.

<연경, 북경,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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